‘새’ 강도 일기

-벚 아래 체스 두기

by 시인 이문숙

토미 웅게러. 세 강도. 날강도에 대한 몇 가지 얘기들.


일본 산적 얘기 포함. 벚나무 아래 뭐가 묻혀 있다더라. 산왕벚 피면 산적두 그 많은 보석붙이 호화호식 쌓아놓고 시름시름시름. 맘속 끓이앓이한다는데. 벚이 화려한 건 그 아래 강도가 살해한 시체들 묻혀 그렇다는데. 괴기한 아름다움이다. 아, 그렇다.


영국 노장 배우 팝캐스트 얼간이 조언 코너. 연애에 대해선 내 알 바 아니죠. 근데 옷에 대해선 쫌 알아요. 강도가 주거침입해도 강도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옷은 갖춰입고 지내세요. 집에서라구 속옷 난닝샤스 바람. 질색입니다. 예의를 차리세요. 날강도 앞이라도요. 아, 그러하다.


토미 웅게러. 극심한 전쟁 대 참상. 스트라스부르에서 겪는다. 세 강도 쓴다.


세 강도. 강도들도 자기들이 유괴한 아이들에 매혹되는 이야기. 쓴다. 강팍한 강도조차 푹 빠지는 아름다움. 아이들에게 소재하고 있다는 그 순수란 뭘까. 잘 모른다. 이 순수 절명에 대해 잘 모른다. 어린이 물에 강도가 나오는 얘기라. 끝없는 거절 끝 가까스로 출판되었다는데.


다시 강도 얘기. 현실의 날강도. 이런 공책도 있다. 가브리엘라 카르. 취업 문 앞에서 거절거절거절탈락탈락탈탈탈탈. 내가 너 고용할까. 아냐 넌 적합하지 않아. 아, 그렇다. 세상은 유인해 놓고 날강도처럼 내친다.


그는 가없는 거절에 왜소 위축 병든 정신 달래려 ‘거절 공책rejection notebook’ 쓰기 시작하면서. 그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극복 자가치유했다는데.


토미 웅게러도 나중엔 아일랜드 가서 양 치며 산다. 천만 번의 거절공책처럼 펼쳐진 목초지. 새파랗게 질린 땅. 거기서 양 몇 마리.


프랑스에선 어린이책. 동화라 안 하고 ‘앨범album’이라 부른다 한다. 어떤 개별의 시간 생애 담긴 앨범.


읽고 나면 인간 중에 가장 극악한 강도도 세 강도 아니고 ‘새’ 강도 된다. 사랑하게 된다. 강도에 관한 편견 착오 사라진다.


강도 속에 숨겨진 ‘깨끗한 자아.’ 그걸 찾아주는 건 백지장처럼 하얀 산왕벚일 수도 있다. 강도를 강도로 인식하지 않아 강도를 그냥 아저씨로 보는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웬일. 인간의 가소성은 직접적이고 진부하게 크니. 생각을 바꿨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복귀한다.


세상엔 강도 천지야. 날강도가 나를 등쳐먹으려 해. 다시 돌아간다. 실수와 오점에서 굴러 다시 ‘재털이’ 인간이 된다.


벚나무 아래 이쁜 바위. 거기 앉아 날강도 끙끙 이유 모르고 앓는다. 아지랑이 거절 공책처럼 뿌옇게 바위 위 펼쳐진다. 뭔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와 다른 자아가 있다는 거.


강도 앞에서라도 옷은 깨끗이. 늘 준비된 단아하고 고적한 자세가 있다는 거.


밤꾀꼬리. 크랭 크랭crin crin. 무구한 풍각쟁이가 된다. 어린아이 같은 신흥 ‘가난 씨氏’가 된다.


당신이 날강도였다 생각했는데 내가 더 심화된 강도였구나.


내 안에 ‘깨끗한 자아’. 찾는 봄이면 4월이면 4월 16일이면 좋겠다.


짐노페디 들으며. 악보에 알레그레토. 이런 지시어 없이. 그걸 들으면 코 부스럼조차 낫는다는데. 내 재털이 날강도 정신쯤이야.


길에서 만난 노 박사님. 아파트 위해 일해 주셔서 감사해요. 노인이신데. 자전거두 타시고. 그랬더니 나 ‘애예요,’ 하신다. 중학교 동창 아직도 모이면 60명이라고 우쭐하신다. 아, 그렇다 그러하다.


정말 이쁜 바위다/정말 좋은 바위였다

살아있다는 건 좋은 거다

치통을 앓는 밤꾀꾀리처럼/나를 웃기지 마라 거품 조각아 나를 간지럽히는구나

-에릭 사티 p. 144


하수처리 전공 토목 박사님은 우리 아파트. 전쟁으로 인해 가격 급상승해서. 아스콘 사업하려던 거 보류하면 좋겠다. 하신다. 환경 쓰레기도 많구.


1단지엔 통합 재건축 아이비 리그 단지 플래카드 부푼다. 자칭 아이비 리그라니. 건너 우리 아파트는 가난 씨라는 거야. 뭐야.


하긴 저쪽 자칭 비버리 힐즈도. 있는데 뭔 상관이람. 거품 쪼가리. 날강도 정신을 난무하네. 아, 그렇다. 펄썩대고 휘날린다.


문화공원 늦벚 아래 이쁜 바위. 아니 공원 쉼터 테이블. 오마 체육복 입고 체스 두는 아이들. 예쁘다.


떨어지는 벚꽃잎두 예쁜 거품 같아. 거품 쪼가리. 받으러 가방 어깨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뒹구는 데도. 나 받았어. 받아냈어.


외친다. 아, 그렇다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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