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리지 마
어느 연말의 퇴근길.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다던 어떤 광고처럼 시루떡이 된 몸으로 버스에 털썩 앉았다. 콩고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던 고단함.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져놓고 노래를 재생했다.
월간 윤종신에서 처음 듣고 쥬크박스에 담아 놨던 노래 '지친하루'가 재생됐다.
그러고는 울컥.
그즈음 나는 고3 수험생처럼 달 보고 나와 달 보고 들어가는 출퇴근을 하며 몹시 바쁜 업무에 치이고 있었다. 오래 다닌 회사였지만 가장 어려운 과제를 안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던 시기라 몸과 정신이 몹시 지쳐 있었다. 연말의 거리를 가득 채운 장식등의 반짝거림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무렵 퇴근길이면 종종 울리던 문자 메시지. 일이 풀리지 않아 고군분투하던 내게 괜찮다, 할 만큼 한 거라고 토닥이던 동료의 메시지처럼 그날 그 노래의 첫 가사에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주책맞게도 버스 안에서. 눈을 깜박이면 그렁그렁한 눈물이 또르르 흐를 것 같았는데 다행히 나는 창가에 앉아 있었고, 덕분에 창밖의 누군가와 눈싸움이라도 하듯 창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동안 나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거기까지라고
누군가 툭 한 마디 던지면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아
잘 한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 걸
- 윤종신 <지친 하루> (with 김필&곽진언)
* 메인과 글에 담긴 사진은 어느 퇴근길에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