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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엔 이가체프 Feb 19. 2016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두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가을만 되면 영화와 함께 이 노래가 생각난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영화를 본 계절이 가을이었던 걸까. 오래 전 대학시절, 독일어권 영화 수업 때문에 이 영화를 봤다. 그리고 완전히 매료됐다.


 이것이 독일식 개그인가 싶은 웃음 포인트를 던지고, 로맨틱한 멜로도, 무릎 탁 치는 반전영화도, 전위적인 예술영화도, 아름다운 감동스토리도 아닌 이 영화가 마음을 흔들었다.


 두 주인공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시작되는 영화의 설정. 그러나 죽음을 앞둔 두 남자의 이야기는 슬프거나 심각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훈훈하거나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서 감동하고, 여기서 눈물을 흘리라는 뻔한 포인트를 던지지도 않았다. 마치 덤앤더머와 그들을 쫓는 또 한 쌍의 덤앤더머를 보는 것처럼 코믹한 요소들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이윽고 뭔지 모를 것이 가슴을 탁 치는 순간, 영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시작되던 노래, 'Knockin' On Heaven's Door'. 그렇게 영화의 끝에서 마음 깊숙한 곳으로 파고드는 울림이 시작됐다.  


바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남자의 대화,

노을,

발작,

바다와 데킬라

그리고 음악으로 남아 있는 영화의 잔상


 멍처럼 시퍼런 색채의 바다. 그 위로 삼킬 듯이 밀려 오는 성난 파도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것을 마주하는 두 남자의 눈동자에서 기쁨보다는 경이로움과 어떤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파도소리,

 말없이 그 앞에 앉은 두 남자의 뒷모습.

 덩달아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이윽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가슴에 파고든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마침내 가슴을 울렸다.  


"천국에서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불은  
 촛불 같은 마음속의 불꽃이야."
 -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中




* 메인 사진은 여행 중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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