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나 에어비엔비처럼 크게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의 성장기는 종종 사람들을 압도한다.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의 빠른 구현력은 그들이 천재적인 창업자들이였기에 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슈가 되는 기업의 이야기를 접하면 나는 대개 대표의 이력을 먼저 찾아본다. 그러면 그렇지. 십중팔구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학의 졸업자거나 유명 회사에서의 근무이력이 있다. 하지만 대표가 유명대학의 졸업자가 아닐 때에도 나의 반응은 비슷하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을 시작한 대표의 이야기에도, 고등학교 졸업후 갖은 실패를 겪다 기어이 사업을 성공시킨 스토리에도 내 반응은 무조건 반사다.
와 정말 대단하다. 그들은 종이 다른것 같다.
구글과 같은 테크기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천재 개발자라는 타이틀만큼 들어도 들어도 사람을 작아지게 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회사가 크든 작든 새로운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function 의 일들이 필요하다. 고객조사, 제품기획, 개발, 마케팅, 세일즈, 회계, 법률적인 검토 등. 어느 정도 기업이 커졌다면 분야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업 초창기에는 그럴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위해 무작정 사람을 늘려갈 수는 없다. 심지어 사람을 뽑는 것마저도 일이다. 때문에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 명이 다양한 기능을 맡아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마케팅 담당자였다면,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마케팅+법률+제품기획 담당자가 된다. 모두 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업무에서 난데없이 총 책임자라는 타이틀을 갖게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고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해' 라고 생각한다면, 전체적인 관점에서 벌써 업무가 비는 영역이 발생한다. 마케팅+법률+제품 기획자가 지금까지 쭉 해오던 마케팅에만 집중한다면 법률과 제품 분야의 일은 진척이 없다. 이는 마치 팀추월 경기에서 한 사람이 완주한 후에야 다른 사람이 출발하는 것과 같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팀기록이라면 어떻게든 한꺼번에 출발해서 페이스를 맞춰야한다. 잘 못한다고 해본적이 없다고 출발조차 하지 않는다면 게임은 이미 끝났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가 스케이트를 처음 탄다고 한다. 그는 운동신경이 좋고 큰 경기를 치뤄본 경험이 있기에 평범한 일반인들보다 잘 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꼭 그런것은 아니다. 상반되는 근육이 사용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능력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팀원들이 있다면 그에게 테니스 수준의 경기력을 기대하면 안된다. 어떻게 하면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가 넘어진다면 일으켜 세워주고 격려해야한다. 그의 운동신경과 노력을 믿고 그를 지지해줘야 한다. 테니스 선수 또한 어떻게든 스케이트를 타내야한다. 이제 막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면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은 순간부터 챔피언이 아니었듯이 스케이트에서도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차근차근히 익히면 된다. 그렇다면 언젠가 그의 운동신경과 경기를 치르는 노하우가 일반인들보다 더 나은 스케이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전까지 해보지 못한 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장 생각이 떠오르지 않겠지만 주위에 이 일을 해 본 사람들은 분명히 있고,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기다리고 있는 서비스와 상품도 많다. 구글링과 유투브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업무처리 방법을 앉은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만 있다면 가장 편하게 일을 배울 수 있는 세상에 살고있다. 처음 하는 일이어도 손들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그를 지켜봐주는 팀원들의 격려가 있다면 그 팀은 반드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