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밀양-창녕-대구

by 은도진

밀양부터 창녕, 대구로 이르는 길을 지도로 찍어보면 거리가 150km이고, 거의 대부분이 자전거도로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청도로 해서 바로 올라가면 60km로 짧은 거리지만 자전거도로는 20%도 안 된다. 짧게 도로로 달릴 것이냐, 길게 자전거도로로 달릴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우선 길게 자전거도로로 달려보기로 했다. 낙동강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만끽하는 구간. 지도상으로는 10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찍혔기 때문에 새벽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추운 겨울에 경험이 많이 없었던 나는 우선 부딪혀 보기로 하였다.


준비물 : 자전거, 신발, 몇 겹의 옷, 전조등, 후미등, 고프로, 물통, 가방, 음식(바나나, 귤, 초코바, 김밥 등), 핸드폰, 배터리 등


겨울에는 6시가 넘어도 어두웠고, 나는 전조등을 켜고 밀양에서 출발했다. 새벽은 의외로 추웠고, 자전거를 타면 더울 것으로 예상해 얇게 입은 나는 이내 후회했다.



하지만 밀양에서 밀양강을 따라 내려오는 자전거도로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도로가 매끈하여 속도도 잘 났고, 해가 어스름하게 뜨면서 강 위로 피어난 물안개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나는 새벽이 추운 줄도 모르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달렸다.



해는 곧 떴고, 새벽에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아, 이래서 달리는구나.'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낙동강을 따라 공원들을 지나쳤고, 공원에는 캠핑이나 차박을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가끔 야생 개들이 있었는데, 멀리서 얌전해 보여서 가까이 다가가면 무서울 정도로 짖으면서 달려왔다. 자전거의 속도가 아니었으면 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이 나오면 가끔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 바나나나 초코바를 먹기도 하면서 길을 계속 갔다. 아침이 되면서 새벽과는 또 다른 추위에 봉착했다. 새벽에는 몸이 추웠다면, 오래 달리면서 아침이 되자 몸은 안 추운데 손과 발이 시릴대로 시려서 엄청 아팠던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길을 갔고, 아침에 여는 식당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식당은 남지읍에 있는 국밥집이었다. (사진이 하나도 없다.) 식당에 들어서자 아주머니들이 반겨 주었고, 나는 자전거를 식당 안쪽에 세워두고 국밥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아저씨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어디서 왔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묻기도 하였고, 젊으니까 할 수 있다며 대단하다고 하였다.


나는 배도 채우고 꽁꽁 얼어붙은 손과 발을 녹이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국밥을 다 먹을 때 즈음에는 발이 녹아서 통증이 사라졌다. 다음에는 꼭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하리라 다짐하였다.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하였다. 남지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간에는 산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평지만 있었다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는 구간이었다. 산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달리기 시작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체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가파른 구간에서 힘들면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기도 하였다.



계속 올라가니 합천창녕보가 나왔다. 멀리서 보면 다리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몇 개 있는 정도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렇게 작진 않은 규모였다.



이때가 출발한 지 거의 100km 넘은 구간이었고, 시간은 점심때가 다 된 시간이었다. 100km가 넘으니 체력이 약간 약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중간중간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쉬면서 천천히 갔다.


현풍을 지나고 대구에 가까워 오자, 자전거 길이 좋아졌다. 사람들도 많아졌고, 주변에 갈대들도 아름다웠다. 공원마다 파크골프를 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구에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준비해 갔던 고프로도 배터리가 없어서 계속 꺼졌기 때문에 충전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다음에는 자전거용으로 하나 구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니 총 150km, 9시간이 넘게 걸렸고, 달릴 때는 몰랐는데 도착하고 나니 몸이 힘들다는 느낌이 왔다. 허기도 급격하게 지기 시작해서 저녁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엉덩이가 생각보다 아파서 손과 발의 방한용품과 자전거용 블랙박스와 더불어 안장 커버도 하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치도 좋았고, 몸과 마음도 뿌듯했고, 아무튼 밀양-창녕-대구의 자전거길 주행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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