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샀다. 어릴 때 타고 거의 안 탔던 자전거. 자전거에 대한 나의 어릴 적 기억은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탔던 장면,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 가서 쫓아갔던 장면, 멋도 모르고 도시를 가로질러 다른 마을로 갔던 기억들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국을 한 바퀴 돌아볼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마라톤을 뛰어 봤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자전거와 수영도 연습해서 철인 3종을 나가볼까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동안 무슨 자전거를 살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자전거의 종류부터 가격까지. 그래도 철인 3종에 나가려면 로드 자전거는 있어야 했고, 기왕 사는 거 몇 년은 타도 안 바꿀 수 있는 최선의 자전거를 사야 했다. 일이 끝나면 주변에 자전거 매장에 가서 구경을 했고, 무엇을 살지 계속 고민을 하던 중 어느 매장에 들어서서 내 자전거를 발견했다.
가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쌌지만 내가 원하는 조건이 다 들어 있었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로드 자전거를 한 번도 안 타봤던 나였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은 느낌인지 몰랐지만, 사장님이 시승을 허락하여서 타봤는데 괜찮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결제를 하였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며칠은 오랜만에 느끼는 풋풋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차를 새로 살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리고 며칠 뒤 뭔가 도로를 날렵하고 멋있게 갈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의 자전거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사장님께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고, 그날 옷 매장에서 옷도 샀다. 엉덩이에 쿠션이 있는 겨울용 자전거옷을.
그리고 자전거에 맞게 필요한 장비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물통과 케이스도 추가로 주문하고, 핸드폰을 넣어서 볼 수 있는 보관케이스, 충전하면서 갈 수 있는 보조배터리, 헬멧, 그리고 자전거에 새길 글씨 스티커도 주문을 했다. 블랙박스는 뭘 살지 고민하다가 집에 고프로가 있어서 우선 그걸 쓰기로 하였다. 아직 밤에는 안 갈 예정이라서 전조등, 후미등은 사지 않았다.
마침 그 주에 마라톤 경기가 있어서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서 마라톤 하기 전날 자전거 도로를 달려 보았다. 20km 정도를 달려 보았는데 생각보다 핸들이 어색했고, 허리도 뻐근하게 아팠다. 가다가 자전거가 멋있어서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내리막은 아직 무서워서 빠른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평지에서는 20~25km/h 속도로, 내리막길에서는 35km/h 정도 속도로 내려왔다.
첫 주행 치고는 재미가 있었고, 앞으로 이 자전거와 함께 할 여정들이 또 설레었다.
잘해보자, 나의 자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