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by 은도진

마라톤을 처음 나갔을 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기록도 잘 몰랐고, 10km를 좀 빨리 뛰면 40분대에 들어온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1년에 한두 번 나갈까 말까 하던 마라톤 경기는 직장을 다니면서 잊게 되었고, 몸무게는 10kg 이상 불었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몸 관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다시 마라톤을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km도 힘들었다. 계속 일도 많았고, 오랜만에 뛰기도 했고, 체중도 많이 불어 있던 터라 몸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5km 마라톤을 몇 번 나가면서 적응이 되었고, 10km에 도전을 했다. 1시간을 목표로 뛰었는데 처음에는 1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도 힘들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40분대에 들어왔을까 싶을 정도로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하긴.. 20년이 지난 몸이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이 더 지났고, 10km 경기에 몇 번 나가면서 처음으로 하프도 도전을 하게 되었다. 처음 뛴 하프는 그야말로 고난이었다. 마지막에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고 무릎도 너무 아파서 걷다시피 했다. 러닝화도 잘 몰랐기 때문에 집에서 신던 운동화를 그대로 신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올해 초.


나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매주 마라톤 경기에 등록을 했다. 10km 한 번, 하프 한 번 이런 식으로 3월에서 6월까지를 꽉 채웠다. 평일에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 경기 참가가 곧 연습이고 실전이었다.


한 번 경기를 뛰면 그날은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것도 점점 적응이 되었고, 경기에 돈을 주고 등록을 해 놓았으니 그것 자체로 동기 부여가 되어서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10km는 1시간에서 50분 대로 들어왔고, 최고 기록이 45분에 형성이 되는 데까지 오게 되었다. 하프는 처음에 2시간이 넘었지만 1시간 50분대가 깨졌고, 여름이 오기 전 1시간 45분까지 앞당겼다. 자연히 몸무게는 줄어들었고, 먹는 것은 똑같았지만 살이 빠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여름에는 이런저런 일로 바빴다. 경기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가끔 새벽이나 저녁에 달리기 연습을 했다. 오래 신던 운동화도 닳아서 처음으로 러닝화를 사게 되었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기 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올해 안에 풀코스를 1번이라도 완주를 하는 것.


그렇게 9월부터 다시 매주 하프 경기 위주로 등록을 하였고, 풀코스 경기는 일찍 마감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이 좋은 외곽 지역의 풀코스 경기를 11월에 잡게 되었다. 먼저 지르면 결국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9-10월. 일이 바쁜 와중에 출장을 가면서도 오전에 마라톤을 뛰고 가기도 하였고, 오지에 차를 몰고 가서 마라톤을 뛰고 오는 때도 많았다. 10km는 42분, 하프는 1시간 42분 최고 기록을 보였고, 달리고 나서도 힘이 들긴 하지만 그전보다는 수월한 것 같았다.


그리고 대망의 11월 첫 풀코스 경기. 하프가 1시간 42분이 최고 기록이니 곱하기 2.5배 정도 해서 4시간 반 안에는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풀코스는 준비가 안 된 내가 뛰기에 너무나도 힘든 경기였다. 일주일에 하프 한 번 뛰는 정도의 연습으로 너무 무모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의 근육은 장거리에 좋은 타입의 근육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오래 걷는 것도 쉽게 피로해지는 근육이었기 때문에 아직 풀코스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천천히 쉬엄쉬엄 달렸지만 하프 거리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부터 근육이 급격하게 피로해졌고, 속도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5km부터는 진정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점점 주자들에게 추월당했고, 28km 지점이 되자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걷기라도 하면 통증은 더 심해졌고, 급수대에서 1분이라도 쉴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들이 응원을 해서 그나마 다시 포기를 하지 않고 계속 갔던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러너스 하이를 느껴본 적이 있냐고. 그래서 나는 5~10km 정도에서 그걸 느낀다고 했다. 그러자 그 정도로는 못 느낀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그렇게 물은 사람은 5km도 안 뛰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30~35km 지점에서도 러너스 하이가 온다는 말을 들은 터라 내 몸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직까지 러너스 하이까지는 아니지만 30km가 넘어가니 극도의 통증이 약간 적응되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게 러너스 하이라면 러너스 하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약간만 더 뛰면 다시 극도의 고통이 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1km, 1km가 고통의 연속인 구간을 지나서 어느덧 30km 후반대까지 갔고 나는 다리를 질질 끌며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시간을 보니 이미 4시간 반은 지나 있었고, 보통 하프는 1km에 5분 정도를 뛰지만 1km를 10분 안에도 들어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5시간은 넘기지 말자 스스로 계속 다짐하며, 왜 풀코스를 신청했을까 후회와 스스로 갖은 욕을 다 내뱉으면서 1km, 1km를 뛰었고, 결국 4시간 55분 결승선에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성취의 기쁨이 폭포수처럼 밀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결승 지점에 들어오는 것을 구경하다가 다시 일어서서 가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것이 마라톤 풀코스의 성취감이구나. 살면서 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잘 있을까. 재수를 하면서 수능 성적을 잘 받았을 때의 그 성취감보다 더한 것 같았다.


이래서 마라톤을 하는구나. 그리고 30km 구간대에서 욕을 하면서 뛰었던 것을 새카맣게 잊고 나는 다시 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든 생각은 내년에는 연습을 제대로 해서 풀코스에 참가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4시간 반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것.


그렇게 내 인생에서 또 하나 버킷리스트를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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