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부산의 마지막날. 130km 정도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서야 했다. 6시 반에 근처 김밥집에서 참치찌개를 먹고 출발했다.
길을 나서자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떠오르는 해를 왼쪽으로 맞으며 도로를 신나게 내달렸다.
영덕-양산 구간은 자전거도로로 길게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면 170km 정도 되기 때문에 많이 멀어진다. 짧은 코스는 도로로 계속 달리기 때문에 차들에 대한 압박이 있지만 도로 가쪽의 여유가 좀 있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는 않다. 더구나 휴일 아침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포항까지는 여유롭게 갈 수 있었다.
도로로 주행하기 때문에 평균 속도가 20km/h 정도 나왔고, 3시간 정도 달리니 60km 지점을 지날 수 있었다. 80km 정도 되어서 점심을 안 먹기가 좀 그래서 근처 마을에 있는 반점에서 간짜장 곱빼기를 시켜 먹었다.
여담이지만 마라톤이나 장거리 자전거를 타게 되면 칼로리 소모가 많아서인지 먹는 양이 확연히 늘어난다. 운동으로 소모시키면서 생기는 허기는 몸안 세포 깊숙한 곳에서부터 생기는 배고픔 같은 느낌이라서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 이때 먹는 양을 조절하면 살이 빠지겠지만 소모한 만큼 많이 먹으면 체중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먹어도 빠지다가 어떤 지점부터는 더 이상 빠지지 않게 되었다.
자장면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다시 페달을 밟았다. 100km를 지나니 몸이 약간 지친다는 느낌이 들었고,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멍해지면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래도 매끄러운 도로였기 때문에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양산에 도착하니 총 127km,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8시간 정도 걸렸고, 주행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
총 401km, 소모한 칼로리 10,000kcal.
이렇게 3박 4일간 한국의 동쪽, 속초에서 부산에 이르는 여정을 마쳤다. 한겨울에 영하의 추운 날씨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망설여졌지만, 대안이 없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막상 내 몸을 속초에 가져다 두니 또 어떻게 부산까지 올 수 있었고, 마라톤을 할 때나 지금까지 나 자신과 살아오면서 어떻게든 해내는 나를 믿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손발이 얼어붙는 추운 날씨와 타이어 펑크, 공중에서 360도 도는 사고, 이 세 가지가 힘들었던 것 같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리 어려움 없이 잘 지나갔던 것 같다.
4일 동안 장거리를 다녀 보니 자전거 투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내 자전거와도 많이 친해졌다. 이제 부산에서 목포, 목포에서 인천, 인천에서 다시 속초에 이르는 한국 한 바퀴를 목표로 뛸 수도 있을 것 같다.
삶에 목표나 의미가 없던 내가 마라톤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단기간의 목표가 생긴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단기간의 목표들을 하나씩 달성하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방황하는 정신도 간신히 붙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이런 게 없었다면 방구석에서 술에 빠져 살다가 어느 날 세상을 떴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고, 지금 여기 살아 있으니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