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자전거 투어 + 겨울철 팁

by 은도진


이번 겨울 자전거 투어를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모아 팁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안장

안장이 딱딱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가면 엉덩이가 매우 아프다. 젤 쿠션으로 된 안장 커버를 쓰면 좀 낫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팔이 약간 짧아서 그런지 일반적인 안장 세팅으로는 양쪽 엉덩이가 안장에 잘 닿지 않아서 무게가 회음부 쪽으로 쏠렸다. 그래서 안장을 약간 앞쪽으로 이동시키고, 각도도 앞쪽으로 살짝 기울이니 통증이 훨씬 덜해졌다. 회음부가 아닌 양쪽 엉덩이에 무게가 실리고, 젤 쿠션이 받쳐 주니 100km 정도에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2. 보급 및 휴식

허기가 오면 늦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중간에 목이 많이 마르지 않아도 조금씩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것이 낫고, 달리다 보면 배가 별로 안 고파도 적당히 때를 봐서 식사를 하는 것이 그다음에 좋은 것 같다. 허기가 오면 체력이 떨어지면서 속도도 안 붙고 몸이 지치게 되기 때문에 그전에 뭐라도 먹는 것이 좋다. 식당이 마땅치 않다면 초코바나 음료를 먹으면서 칼로리 보충을 할 필요가 있다. 휴식도 마찬가지. 몸은 관성이 있어서 달릴 때 달려야 하는 게 맞지만, 달리다 보면 힘든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휴식의 타이밍을 놓칠 수가 있다. 그래서 약간 속도가 떨어지거나 체력이 약간 부친다 싶다면 쉬어가는 편이 좋다.


3. 숙소

싸고 깔끔한 숙소를 찾는다면 도시 쪽에서 찾는 것이 좋다. 숙소가 중요하지 않다면 본인이 가야 하는 거리에 아무 숙소나 찾으면 되지만, 숙소가 중요하다면 숙소에 거리를 맞출 필요가 있다. 나는 초보이고 해 길이가 길지 않은 한겨울이었기 때문에 하루거리를 100km 정도로 보고 90-110km 정도에서 그나마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숙소를 골랐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주로 아고다나 여기 어때 어플로 1박에 4-6만 원 선으로 골랐고, 대부분 깔끔했다. 자전거는 객실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는데, 나는 도시의 일반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골랐기 때문에 안 되는 곳이 더 많았다. 그런 경우는 사장님이 창고나 보관실로 안내를 해 주시기 때문에 그곳에 보관하면 된다.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길에는 자전거를 위한 편의 시설이 더 갖춰져 있을 것이다. 숙소보다 거리가 중요하다면 미리 예약을 하지 말고 당일 점심때쯤 거리를 보고 예약하거나 아니면 도착해서 숙소를 정해도 늦지 않다.


4. 기본적인 자전거 세팅

나는 따로 자전거용 GPS 기계를 사지 않았다. 핸드폰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맵으로 내비를 이용하면 되고, 속도계 어플도 따로 켜두면 정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GPS 스마트워치로 보완하면 어느 정도는 완벽해진다. 탑튜브 위에 놓는 거치대로 핸드폰을 거치시키니 충격도 안 가고 방수도 되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단점은 고개를 많이 숙여서 봐야 한다는 점. 장거리 갈 때는 어두울 때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조등, 후미등이 필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블랙박스가 있으면 좋다. 나는 처음에 집에 있던 고프로를 썼는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6만 원 정도 하는 바디캠을 달았다.


5. 짐

짐은 최소로 가져가는 게 좋고 무거운 물건은 자전거에 매다는 가방에 넣는 것이 좋다. 나는 처음에 등산 가방에 모든 걸 넣었는데 장거리로 갈수록 어깨에 부담이 심했기 때문에 안장에 매다는 가방을 하나 사서 무거운 물건들은 거기에 넣어서 이동하였다. 크기가 많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백팩도 매야 하지만 무게가 줄어들어서 좋다. 특히 겨울은 짐이 많고, 부피도 크기 때문에 각오는 해야 한다. 나는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가방이 더 무거웠지만 다닐 만은 했다.


6. 방한

영하가 되면 손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 번 얼기 시작하면 라이딩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손의 경우는 핸들커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있고 없고가 천지 차이다. 핸들커버가 있으면 바람을 다 막아주기 때문에 영하라도 얇은 장갑 하나면 충분해진다. 신발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나의 경우는 클릿페달이 아니어서 전용 겨울철 클릿 슈즈가 필요 없었고, 슈커버는 좀 약해 보여서 4만 원짜리 방한화를 샀다. 걷는 게 아니고 페달만 밟으면 되기 때문에 방한화로도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물론 방한화를 신더라도 영하 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양말 2겹과 발등에 붙이는 핫팩은 필수인 것 같다. 이렇게 하니 손발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바셀린이 의외로 유용하니 손발에 바르고, 바람을 많이 맞는 얼굴도 살짝 발라주면 바람도 막고, 건조함도 덜하고 약간의 보온도 되어 유용하다. 옷도 고민이 되는데 방풍이 되면 아무래도 습기가 쌓이면서 나중에 더 추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번에 나는 두꺼운 방풍 재킷 살 시간이 안 돼서 집에 있는 기능성 옷들을 여러 벌 입고, 2도가 오를 때마다 하나씩 벗는 방식으로 했다. 방풍이 되는 재질은 아무래도 습기 때문에 나중에 더 추워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추우면 방풍되는 옷도 입고, 조금 덜 추우면 방풍되는 옷을 뺐다. 바지도 2겹 이상 입었고, 얼굴 쪽은 방한모자(바라클라바)가 필수였다. 얇은 것 하나만 있어도 귀와 입까지 덮을 수 있어 좋았다. 몸이 얼까 봐 보온병도 챙겨 갔는데 영하 7-9도 정도에서는 유용했지만 그 이상되니 오히려 짐만 되고 찬물이 필요해졌다.


7. 길

자전거도로가 있으면 자전거도로로 가면 되지만 만든 지 오래된 경우는 노면이 많이 거칠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차라리 도로가 나은 경우도 있다. 도로에서는 갓길로 붙어서 가면 되고, 도로가 합쳐지고 나뉘는 곳이 약간 어려울 수 있다. 내가 가는 방향의 갓길을 가되, 도로가 합쳐지거나 나뉘면 적절하게 차선을 바꿔야 되는데 차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교차로 신호등에서는 무리가 없는 한 차들의 직진 신호에 맞춰 가는 방법이 괜찮은 것 같다. 내비만 보고 가다가 굳이 안 가도 될 곳을 가는 경우가 있어서, 방향이 달라지는 곳이 있으면 더 앞의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행 중에도 사전에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 보면 갓길로 달리는 자전거가 거슬릴 때가 많은데 차선만 넘어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자전거를 타게 되면 자전거의 입장이 될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차를 타게 되면 자전거가 거슬릴 테니 입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 같다. 로드자전거는 바퀴가 얇기 때문에 작은 요철이나 돌멩이들도 충격이 크게 오는 것 같다. 노면을 집중해서 봐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내리막에서 속도가 잘 붙는데 바람이 많이 불 때나 커브길에서는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당연한 것 같은데도 타다 보면 속도를 줄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짐이 많으면 무게가 뒤쪽으로 실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앞바퀴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8. 그 밖의 준비 사항

작은 공구키트는 있어야 한다. 사이즈별로 육각 렌치가 필요하다. 이번에도 안장이 느슨해지거나 바퀴를 분리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내가 구매한 건 펑크 수리까지 콤팩트하게 들어간 제품이었지만, 튜브를 잊어버리고 안 가져가는 바람에 써보지는 못하였다. (나중에는 결국 교체할 일이 또 생기고 말았다.) 사이즈에 맞는 여분의 튜브와 교체 방법은 필히 숙지하고 가야 한다. 막상 펑크가 나면 당황하기 때문에 잘 알아놔야 한다. 보조배터리는 20000mAh 정도는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요즘은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서 나는 수납이 되는 핸드폰 거치대 안에 넣고 충전을 하면서 다녔다. 내비를 보면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하루 종일 가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 자전거가 비쌀 경우 도난 걱정이 되는데, 잠금장치의 경우 나는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유락으로 사용하였고(이것도 나중에 고장이 나서 길이가 긴 체인으로 바꿨다.) 길이가 짧다는 단점 외에 도난에 대해서는 안심이 되었던 것 같긴 하다. 잠시 화장실이나 편의점에 들를 경우는 경보기를 켜 놓고 다녀왔는데, 필요할 것 같기도 불필요할 것 같기도 하니 개인의 상황에 따라 대응하면 될 것 같다. 어깨를 다치고 아침에는 진통제를 먹어서 몰랐지만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면 통증 때문에 일정대로 못 갈 수도 있다. 일정대로 가려면 진통제를 구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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