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속초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고 나서 괜찮을 줄 알았던 어깨 통증이 더 심해졌다. X-ray 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어깨를 들 수 없었고, 뼈와 회전근개 쪽에 통증이 심했다.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옷도 제대로 입을 수 없었고, 이대로 자전거를 못 타게 되나 걱정도 되었다. 부상이라는 게 이렇게 갑자기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2주 정도 지났을 때 3일간의 자전거 탈 시간이 생겼는데 이대로 안 가면 계속 못 갈 것 같아서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다행히 당일 아침에 팔은 올라갔고 뻐근한 통증은 있었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3일 동안 부산에서 목포를 잇는 여정을 완성하고 싶었다.
목포까지 짧은 코스로 해도 300km가 넘었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100km 이상은 가야 했다. 마지막날 버스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첫째 날에 최소 사천까지는 가야 했다. 116km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현실과는 달랐다.
우선 부산에서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을 줄 때마다 어깨 통증이 심해서 이대로 갈지 포기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더 이상 힘들어서 계단에 앉아서 10분 정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순간 마라톤 풀코스를 뛸 때가 생각났다. 5km를 뛰었을 때 무릎 통증이 생겨서 그대로 42km를 완주하기 힘들 것 같아서 포기를 할까 말까를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은 통증을 극복하고 완주를 하였고, 이번에도 물러설 곳이 없었던 나는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을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오르막도 있었고, 내비를 따라가다가 막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였고, 출근하는 차량들과 사람들 때문에 진행 공간이 없기도 하였다.
드디어 낙동강을 건너서 부산을 빠져나왔고, 녹산의 공장 단지를 지나 장유로 갔다. 가는 길에는 큰 트럭들이 많아서 고생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장유를 지난 후에 내가 대충 봤던 산 지형이 나왔는데 자전거로 큰 산을 넘어야 했던 곳이었다. 오르막이 심해서 몇 번을 쉬었다 가야 했다.
그다음은 더 문제였는데 비포장 산길의 내리막길이었다. 표지판에 산악자전거나 오토바이 출입을 자제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 길이 아니고 다른 길은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산악자전거도 아닌 로드자전거로 그 가파르고 돌이 많은 내리막길을 내려와야 했다.
돌을 지날 때마다 돌이 타이어를 뚫는 느낌이 났고, 오랫동안 브레이크를 세게 잡아야 했기에 팔에 경련이 생길 정도였다. 사람들은 아침 등산을 왔는지 자전거로 고생하는 나를 보며 제갈길을 갔다.
겨우겨우 산을 내려왔고, 포장도로가 그렇게 편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창원에 내려오니 벌써 12시가 되었다. 허기도 약간 졌고, 더 가면 식당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뷔페식으로 접시에 담아 먹는 형식의 식당이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접시에 가득 담아서 먹었다. 주인분도 편하게 해 주셔서 좋았다.
지인들과 전화도 하면서 천천히 점심을 먹었다. 몸은 땀으로 젖어 있어 약간 추웠고, 다행히 어깨 통증은 통증에 적응이 되어서인지 덜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끝까지 가봐야 했다.
창원을 지나자 마산이 나왔고, 그 뒤로 다시 산들이 나왔다. 산을 몇 개 지나니 속초에서 부산으로 올 때 오르막보다 더 힘든 것 같았다.
어떤 오르막을 오르기 전에 힘이 없어서 쉬고 있는데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기에 사천까지 간다고 하니까 갈 수 있겠냐며 놀라셨다. 이 오르막도 지날 수 있겠냐며 걱정하셨다. 사실 힘들어서 자전거로 오르지 못하고 걸어서 끌고 갔다.
시골 마을도 몇 개 지났고 서서히 춥고 어두워져서 옷을 입으려고 정차했다. 어떤 아주머니가 계셔서 화장실을 물었는데 본인 집 화장실을 쓰라고 하셔서 적잖이 놀랐다. 일을 보고 나오는데 본인도 자전거를 타신다며 내 자전거를 보며 왜 이렇게 심플하냐며 전기자전거냐 물으셨다.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까 놀라셨고, 사천까지 간다고 하니까 또 놀라셨다. 어쨌든 감사했다.
사천에는 어두워질 때쯤 도착했다.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몰라서 숙소 예약을 안 해서 사천 길거리에서 숙소를 바로 잡았다. 내가 전에 찾아놨던 숙소는 꽉 찼고, 그래도 시설 좋은 숙소를 5만 원 대에 구할 수 있었다.
숙소에 들어오니 더 이상 움직이기가 싫어서 얼른 배민을 시키고 샤워를 했다. 배가 많이 고파서 자장면 곱빼기와 탕수육을 시켰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자장면만 다 먹고, 탕수육 남은 것은 다음 날 아침으로 먹어야 했다.
노트북으로 밀린 작업을 하고, 맥주 한잔을 하면서 하루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