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한국 한 바퀴] 7. 보성-강진-목포

by 은도진


부산-목포 마지막날. 전날까지 많이 달려왔기에 87km 정도만 더 가면 되었다. 근데 문제는 거리가 아니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고, 연달아 고비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생크림이 든 빵과 우유를 먹고 날이 밝기 전 출발.



기온이 영하 1도여서 괜찮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피부로 느끼는 추위는 상당했고, 손과 발이 얼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보성을 빠져나오기 전 한 정비소에서 개들을 묶어 놓지 않는 바람에 사나운 개들이 나를 쫓아와서 크게 위험할 뻔했다. 다행히 경사진 오르막이 아니어서 빠른 속도로 따돌렸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물릴 뻔했다. 가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다가 그냥 갔다.



그런데 가다가 또 어떤 마을에서 아저씨가 큰 개와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개가 나를 공격하였다. 개가 나를 짖으면서 공격하는데 아저씨는 자기 일 아니라는 듯이 보지도 않고 가서 처음에는 그 아저씨 개가 아닌 줄 알았다. 하지만 주인이 맞았고, 내가 개를 묶고 다니라고 소리를 쳤음에도 건성으로 '이리 와, 이리 와'를 시전하며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 개는 계속 짖으면서 쫓아왔고,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가 버스 시간도 있고 해서 너무 지체되면 안 되기에 그냥 왔다. 아예 사나운 개에 대한 단속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보성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짐.


두 차례나 식겁을 하고 9시 정도 되는 시각에 손과 발이 얼어서 도저히 더 가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마을이 보이자 바로 편의점이나 카페를 찾았다. 다행히 할리스가 있었고, 뱅쇼를 하나 시켜 놓고 쉬었다.



그렇게 뱅쇼를 먹고 다시 출발했는데 그때부터 아침에 먹은 생크림과 찬 우유 때문이었는지 뱅쇼 때문인지는 몰라도 배가 부글거리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났다. 쉴까 갈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천천히라도 가자 싶어서 계속 자전거를 굴렸다.



어느덧 장흥을 지나 강진에 도착. 거기서도 몸이 무겁고 배도 계속 꾸르륵거려서 식당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갔다.


어제처럼 도로가 많았고, 아침에는 차가 없어서 편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차 차가 많아졌다. 그리고 성전면에서 달리던 도중 설마 설마 하면서 노면을 지나갔는데 펑크가 나고 말았다. 도로 교차점에 빨간색 고무봉이 있고 시골에는 봉이 사라지고 나사못만 박혀 있는 곳이 많은데, 흙이나 풀로 덮여 있어서 피한다고 피했지만 밟은 모양이었다. 나는 아차 싶었고 동해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며 튜브를 갈아야 했다.



그때 자전거방 아저씨한테 혹시나 싶어 비싸게라도 주고 산 튜브를 사용했다. 혼자 튜브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이어를 휠에서 뺀 다음 튜브를 빼내고, 새 튜브를 넣고 타이어를 다시 장착하는 과정. 역시나 전에처럼 타이어가 빡빡하여 다시 넣는 게 힘들었고 타이어를 제끼고 넣는데 시간과 힘을 다 소비하였다. 걸린 시간은 총 30분 정도. 버스 시간에 여유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돌아가지 못할 뻔했다.


튜브를 갈고 다시 출발하니 몸도 몸인 데다가 멘탈도 약간 나갔다. 뭐 그래도 안 다친 게 어디야, 자전거 타면서 이 정도의 일이야 있을 수 있지 하며 길을 계속 갔다.


영암쯤 왔을 때 배도 고프고 힘도 없어서 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연잎 정식이 있는 곳을 찾아서 자전거를 대려는 순간, 이번에는 자물쇠가 고장이 났다. 열쇠가 안 들어가고 구멍이 엇갈려서 돌아가지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이번에는 열쇠가 식당 연못에 빠졌다. 시간은 많지 않지 배는 고프지 자물쇠는 먹통이지 열쇠는 우물에 빠졌지..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겨서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결국 우물 안에 손을 넣어 열쇠는 빼냈고, 그냥 자전거를 식당 안으로 갖고 들어가서 식사를 하자 싶어 들어가니 자전거를 못 가져오게 막았고, 그러면 문쪽에 세워놓고 먹자 싶었지만 2인 이상만 식사가 된다는 것이었다. 오 하늘이시여..



밥도 못 먹고 자물쇠는 망가지고 손과 팔은 우울물에 더럽혀지고..본전도 못 건진 채 다시 길을 나서야 했다.


목포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또 괜찮은 식당이 나왔다. 혹시나 싶어 버스를 확인해 보니 내가 예매한 시간 전에 버스가 또 있었고,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라서 점심을 포기하고 이른 버스를 타는 쪽을 선택했다. 배가 고파도 차라리 편의점에서 사 먹고 일찍 귀가하는 게 오늘은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목포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목포는 눈에 보이지도 않음), 자전거를 분리해 가방에 넣고 , 삼각김밥과 계란을 사서 나오는데, 표는 또 어플로 한 건 안 되고 실제 발권을 해야 했는데, 예약 번호가 무려 17자리였다.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매 번호를 입력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되었고,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기사는 내 자전거를 보더니 알아서 반대편 짐칸에 넣으라는 식으로 별 관심도 없어서 내가 버스 짐칸을 열고 넣고 닫고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마지막 목포까지의 여정이 길지는 않았지만 어찌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그저 집에 얼른 가서 쉬고 싶었다. 버스에서 쉬니 그제야 온몸의 근육통이 올라오고 배도 더욱 부글거렸다. 여행이 이런 건가 싶다가도 이런 많은 일을 겪은 여행은 최근에 안 해 봤던 터라 익숙지가 않았다.


그래도 사람 안 다치고 무사히 일정도 다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게 어디겠냐. 이런 경험들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또 성장시키겠지.


다음 여행은 목포-인천 구간이 될 텐데 그게 언제가 될지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 두 스푼에 걱정 한 스푼 정도 되었다.


벌써 한국 반 바퀴를 돌았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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