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일

by 은도진


존재 가치는 자신 스스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될 때 생긴다. 이 세상 모두가 가치가 있다고 얘기해도 자기가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 없는 것이고, 모두에게 가치가 없어도 나에게 가치가 있다면 그건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이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생은 유한하고, 가치의 기준은 모두 나로부터 나오기 때문. 그래서 의미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은 무서운 일이 된다. 어제까지 중요했던 일이라도 오늘 갑자기 그 모든 의미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가 사라지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이다. 그래서 우울증이 무서운 이유이다. 우울증에 젖은 뇌가 봤을 때 세상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잘살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샜지만 어쨌든 의미란 인간에게 이토록 중요하다. 이것은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도 아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너에게 의미가 있는 것도 나에게 의미가 없을 수 있고, 어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도 오늘 나에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의미란 그것을 느끼는 주체도 중요하고, 시간과 공간 모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선택에는 의미가 따라간다. 지금, 여기,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의미가 있는 쪽으로 배트는 기운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라도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있고, 누군가는 그 선택을 욕해도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책임은 물론 본인이 지는 것이지만.


어떤 일본 사무라이 영화 중에 '비 그치다'라는 영화가 있다. 비가 많이 와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기다리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는데, 거기서 주인공이 여관의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내기 대결을 했다가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도자 자격이 취소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부인의 말이 인상 깊은데, '무엇을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 결국 내기 대결을 한 일은 불명예일 수 있지만,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그 일을 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밑에 졸개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주군은 뒤늦게 깨닫고 주인공을 따라나서게 된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불명예가 되는 일이라도, 때로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스스로의 인생에 자유를 주는 것임을 보여 준다.


극한의 갈림길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내가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무엇이 나에게 더 의미가 있고, 무엇이 나로 하여금 살아가게 만드는지를. 그리고 그 결말이 좋지 않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의 의미는 퇴색했을 것이라고. 비록 그 선택 때문에 돈을 잃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더 가치를 주었다고. 인생은 종국에 가서는 '의미'가 나를 먹여 살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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