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by 은도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의 상처, 성장기의 불운, 가정의 불화.. 무슨 일을 해도 과거의 아픔이 발목을 잡고, 그의 표정에는 항상 어둠이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과거는 잊고 현재를 살라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될까. 어떤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누구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건물을 짓는데 1층에서 20층까지 엉망으로 지어 놓고, 30층부터 아무리 잘 짓는다고 해도 망가진 부분 위에 올인 건물이 정상이 될 수 있겠냐고.


맞는 말이다. 건물의 기초와 저층 부분이 엉망인 사람은 이해를 한다. 아무리 그 뒤에 잘 지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픔은 어느 순간에나 어떠한 모습으로 튀어나오고, 살면서 그것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불행했던 나 자신과 마주한다면 다시 무너져 내린다. 마치 엉성했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이것은 과거의 사건인가, 타고난 피인가, 시궁창 같던 환경인가. 모른다. 모르지만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과거가 아직도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남아 있는 과거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닐지 모르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은 다른 시각으로는 그리 큰 사건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새겨져 있는 기억과 과거를 이기기 위해서 투쟁해야 하고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뭣 같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예술로 이겨내려고 한다. 어떤 이는 돈을 버는데 자신을 불사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잊고 지내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아직도 구석진 방 안에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나를 괴롭히던 그 모든 것들이 떠나간다면, 나는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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