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혼돈

by 은도진

누구나 안정을 원한다. 하지만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 인간으로서는 안정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물체나 상황은 가만히 놔두면 혼란스러워지는 방향으로 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항상 안정된 상태이길 바라고, 내가 타고 다니는 차나 지하철, 내가 다니는 직장이나 인간 관계도 별 탈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차 사고가 날 수 있고, 직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한순간에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안정을 원하지만 세상은 혼돈으로 향하려는 성질이 있고, 때로는 이런 물리적인 성질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황이 허락한다면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 있으면서 음식만 잘 제공된다면 안정된 삶이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사고 날 확률도 낮고, 인간관계에 금이 갈 확률도 줄어드니 말이다.


유명한 마우스 유토피아 실험이 있다. 쥐들에게 물과 먹이를 충분히 제공하고, 천적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게 한 실험이다. 처음에는 환경이 좋고 안전하니 개체 수가 증가하다가 나중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쥐들끼리 서로 죽이는 일이 있게 되었고, 결국 번식에는 관심이 없고 사회 작용 없이 자신을 꾸미는 데만 치중하다가(Beautiful Ones) 집단이 멸종하게 되었다. 실험의 한계점은 있겠지만 무조건 안전하고 닫힌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의의가 있을 것이다. 천적이 없으면 살기가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천적이 적당히 있어야 집단이 건강해지는 실험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도 비슷하다. 사람이 사는 공간도 아무런 변화나 이동이 없으면 안정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필요 없는 물건만 늘어나고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하지만 이동이 생기거나 물건이 고장 나거나 하면 그 순간에는 힘들고 허탈할지 모르지만 혼돈으로 간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처음보다 더 나은 공간이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신체도 어느 정도 자극이 있으면 그것을 극복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더 건강해지는 경우가 있고, 직장 내 환경이나 삶의 방향도 자극 때문에 처음에는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발판이 되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이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원뜻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이것도 위에서 말한 상황과 어찌 보면 비슷하다. 인간의 삶은 안정과 혼돈을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고 해도 말이 되니 말이다. 안정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혼돈이 되고, 혼돈스러워서 길이 안 보이다가도 어느덧 안정이 되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안정도 없고, 무조건적인 혼란도 없다. 그리고 무조건 안정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고통스러운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뭔가를 망쳤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오늘의 불안정은 늘 있는 인생의 일부분이고, 오늘의 불안정이 내일의 발전을 이루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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