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은도진


촉, 다른 말로 직감.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


논리적으로 설명은 힘들지만 왠지 그럴 것 같은 것.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상대방의 순간적인 표정을 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부터 상대방의 과거를 맞추는 경지에 이른 것까지 다양하다.


운명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점이나 사주, 타로 등으로 운명을 맞추는 경쟁을 하는 예능. 대본이 어디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촉의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틀리지는 않겠다. 보통 무당의 경우는 본인이 모시고 있는 할머니 귀신이 있다고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일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촉을 선천적으로 타고났거나 발달시켰다고 볼 수도 있는 것. 100% 다 맞추기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느끼고 보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생의 방향을 정할 때도 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MBTI에서도 N(직관)이 발달한 유형이 있고, 구체적인 사실(S)에 기반해 판단을 하는 유형이 있다. 직관이 발달한 사람은 행동을 하거나 판단을 할 때 구체적인 사실도 참고를 하겠지만, 자신만의 무의식적 직감에 더 무게를 둘 때가 많다. 경험 상 직감이 더 정확도가 높은 판단을 한다는 것을 본인도 아는 것이다. 반대로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했을 때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촉에 의지를 덜 하게 된다.


땀 냄새만 맡고도 땀을 흘린 사람이 어떤 상태였는지 뇌신경이 반응하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 있다. 참가자들은 공포를 느낀 사람의 땀 냄새와 그냥 운동한 사람의 땀 냄새는 실제로 구별하지 못했지만, 이미 뇌신경은 공포를 느낀 땀과 그렇지 않은 땀에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고 그 반응은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마치 뇌신경이 고도로 발달한 무당이 내담자의 표정이나 옷차림, 냄새,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보들에 반응하여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당이라고 할 뿐이지 설명할 수 있는 미래에는 보통 사람보다 감각이 발달한 사람에 다름 아 수 있다.

촉의 단점도 있다.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경험이나 편견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그래서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촉이 편견보다 더 정확하다면 촉을 위주로 살아가겠지만, 때로는 그 촉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신 촉을 못 믿기 때문에 촉이 발달한 무당을 찾지만, 무당도 본인의 경험이나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100% 정확한 조언은 아닐 수 있다. 혹은 아무리 촉이 발달한 사람이라도 정보 자체가 없어서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나온 직감은 단순히 뇌신경이 꾸며낸 이미지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에는 자신을 믿고 살아야 한다는 것. 본인은 본인 자신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경험한 당사자고,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 타인의 조언대로 했다가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후회를 할 것이고, 일이 잘된다고 해도 내 의지대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끌려다니는 형국밖에 되지 않는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