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 22km 34597보
2일 - 27km 41431보
3일 - 32km 49573보
4일 - 23km 35309보
총 104km 160910보
차로는 대구-부산을 자주 왔다 갔다 했지만 걸어서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대구에서 부산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이렇게 먼 길을 걸어서 가 본 적은 없었다. 산은 많이 타 봤고, 둘레길은 많이 걸어 봤으나 몇 박 며칠로 걷기만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산티아고 길을 한 달 이상 가겠다며 큰 소리를 쳤지만 막상 국내도 제대로 못 걸어 봤던 것이다.
총 며칠이 걸릴지도 제대로 예상을 못 하고 시작한 여정. 겨울이라 추웠지만 가방 하나만 짊어지고 출발을 하였고, 총 3박 4일, 104km, 16만 걸음을 걷게 되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40km는 걷겠지 쉽게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그리 쉬운 거리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시작지도, 경유지도, 도착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 무작정 당일이 되었고, 나는 대구에서 발을 뗐다.
대구-가창-청도-밀양-삼랑진-양산-부산
총 3박 4일, 104km
준비물 : 가방, 스틱, 귀마개, 등산화, 겉옷 여러 겹, 겉 바지 2개, 핸드폰, 충전기, 배터리, 밴드, 발 보호 패드, 물티슈, 손난로, 우비, 우산, 지갑, 카드, 현금 등
전날 소주 4병으로 과음을 한 터라 시작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추운 줄도 모르고, 거리가 먼 줄도 모르고 무작정 출발하였던 것이다. 첫째 날 아침은 김밥 한 줄이었다. 자르지도 않은 통 김밥을 씹으며 대구 남구에 있는 산을 끼고돌았다(김밥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린 건 안 비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 발걸음도 가벼웠고, 날씨도 경치도 모든 것이 좋았다. 사람 구경도 하고, 자연 구경도 하면서 점점 대구에서 멀어졌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가를 걸으며, 어느덧 가창에 이르렀다.
가창에는 찐빵 골목이 있었다. 곳곳에서 찐빵 김이 오르고 있었다. 나는 근처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고 찐빵을 후식으로 먹으려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5개에 4000원으로 팔았는데 1개는 안 팔려고 하였다. 다행히 가창의 끝부분에 이르러 한 아저씨가 1개 1000원으로 팔려고 해서 1개를 사 먹었다.
갓 찐 찐빵을 먹으니 맛있었다. 팥소도 안 달고 고소했다. 역시 1개가 딱 적당했다. 가다가 하나로마트에 들러 우유와 음료수도 사 먹고 길을 계속 걸었다. 중간중간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트레킹을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도가 잘 없었는데 자전거 도로가 있으면 자전거 도로로 가면 좋았지만 없는 경우에는 차들이 다니는 길가에 붙어서 가야 했다.
오후 3시가 넘으니 벌씨 날이 어두워지고 날씨가 쌀쌀해졌다. 나는 급히 요양원에서 화장실을 쓰고, 그날 묵을 숙소를 알아봤다. 근처에 찜질방은 없었고 모텔은 1시간 거리에 1~2개, 그리고 3시간 거리에 3~4개가 있었다. 빨리 해가 지고 추워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3시간 거리는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많이 못 걷더라도 1시간 거리의 모텔을 잡아야 했다. 다행히 어플로 모텔이 검색이 됐는데 후기가 아주 좋았다. 평점 4.7이고 아주 깨끗하다는 평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예약을 걸고 다시 출발을 하였다.
모텔이 있는 곳은 팔조령 옛길이 있는 곳이었다. 터널 옆으로 도로가 있었는데 아마 터널이 생기기 전에 사람들이 다녔던 도로인 것 같았다. 지도 어플로는 식당 몇 군데가 검색이 되었는데 막상 가 보니 전부 장사를 안 한지 오래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한 아저씨를 만나서 식당을 물어보니 근처에 식당을 하는 데가 없다고 했다. 골목의 끝집에 한 번 가 보라고 해서 갔더니, 마을 사람들이 고스톱을 치고 있었고, 미안하지만 장사는 안 한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이 팔조령 옛길 초입에 있는 카페로 갔다. 가서 빵과 음료를 샀고, 몇 개는 포장을 했다. 근처에 편의점도 없었기 때문에 그걸로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카페에서 좀 놀다가 모텔로 갔다. 모텔 입구는 닫혀 있었는데 사람은 차가 아니라서 그런지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았다. 입구 앞에서 서성이고 있으나 아줌마 사장님이 나오셔서 어떻게 오셨나 했다. 숙소 예약을 했다고 하니까 문을 열어 주었는데 나의 행색을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했다. 나는 대구에서 왔다고 하니까 다시 되묻는다. 아무래도 차도 없이 걸어왔는데 대구에서 걸어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을 했나 보다.
어쨌든 사장님은 친절했고, 방도 아주 깨끗하고 좋았다. 모텔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산은 빨리 어두워졌고, 나는 씻고 운동도 좀 하고, 휴대폰에 담아 온 업무 자료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녁 늦게 업무가 갑자기 생겼고, 그 업무는 컴퓨터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었다. 바로 지도를 찾아보니 청도쯤에 PC방이 있었다. 15km나 떨어져 있는 PC방. 나는 업무를 하기 위해 다음 날 바로 PC방으로 걸어가야 했다. 사람들은 내가 컴퓨터를 하기 위해서 15km나 걸어야 했던 것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