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7시 반에 숙소를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고, 바닥에 눈이 약간 쌓여 있었다. 일기예보에는 없던 눈이라 당황했지만 길게 내릴 눈은 아닌 것 같아서 그대로 출발했다. 청도로 가는 길은 팔조령 옛길로 안내가 되었다. 구불구불 산을 넘는 코스. 눈이 내린 뒤에 차가 한 대도 안 지나갔는지 아무런 자국이 없는 눈 쌓인 도로를 기분 좋게 걸어갔다. 생각보다 가파르지는 않아서 평지를 걷는 것과 비슷한 정도였다(아직 체력이 좋았던 것이다).
산을 넘어가니 터널의 도로와 만났고, 시골 길이 펼쳐졌다. 시골길을 걸으면 신기한 게 꼭 내가 지나가면 마을의 개들이 짖어댔다. 멀리서도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지 짖어댔고, 가까이 지나가면 물려고 달려들 기세로 짖어댔다. 시골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안 다녔고, 차들만 다니는 터라 사람이 한 명이라도 지나가면 소리가 잘 들리나 보다. 까치도 내가 지나가면 깍깍했는데 개가 짖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 같았다. 옛말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는데, 아마도 반가운 손님이라는 게 낯선 사람이기 때문에 까치가 울었던 것을 보고 나온 말인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스틱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개가 풀려서 나에게 달려들면 대비는 가능했다. 스틱이 없었으면 좀 무서웠을 뻔했다. 예전에 인도 여행에 스틱을 안 가져가서 개떼들에게 습격을 당할 뻔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3,4일째 되는 날 나는 스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나는 논밭을 지나서 청도 도심으로 들어갔다. PC방에 가기 전 배가 고파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10시였기 때문에 아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교차로에 동태찌개 집이 있었는데 지도 어플에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집이었지만 괜찮은 것 같아서 들어갔는데 역시나 괜찮았다.
아침을 먹고 PC방으로 갔다. 최근에 PC방을 가 본 적이 없어서 입구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사장님이 내 행색을 보면서?? 문서 작업만 할 거면 도서관 가면 무료로 컴퓨터를 쓸 수 있다면서 도서관에 가기를 권하였다. 내 옷차림이 게임을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골 인심은 PC방에서도 다른 것인가. 나는 아줌마 사장님에게 고맙다고 하고 도서관으로 갔다. 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컴퓨터에 앉아서 업무를 했다. 복사도 결제만 하면 가능하게 잘 되어 있었다. 나는 2시간 정도 업무를 보고 일어섰다.
원래 두 번째 날 계획은 찜질방에서 자는 것이었다. 마침 청도 근처에 찜질방이 있었고 피로한 몸도 풀 겸, 숙소비도 아낄 겸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천문화마을쯤 도착했을 때 시간이 거의 5시가 되었고 거기서 저녁을 먹고 나니 벌써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거리는 3km 정도였지만 걸어서는 50분이나 더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향도 내가 가는 방향에서 멀어지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내일 다시 내려올 것을 생각하면 거의 2시간 정도 늦어지는 셈이었다.
차로는 쉽게 생각하는 거리가 도보로는 힘든 일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자각하고 나는 근처 모텔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모텔의 시설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눈이 펑펑 왔기 때문이다. 찜질방에 잤더라면 아침에 눈 오는 산길을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은 뼈해장국을 먹고, 마트에서 과자와 귤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모텔로 갔다.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아직 늦은 저녁도 아닌데 때아닌 옆방의 신음 소리를 들어야 했다. 실제로 들으니 묘했다. 이것이 모텔의 느낌인가.. 나는 얼른 씻고 과자를 먹으며 업무를 했다. 둘째 날 모텔은 시설도 시설이었지만 너무 추웠다. 바닥도 차가웠고, 냉기가 돌아서 전기장판이 있는 침대에 계속 누워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