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새벽부터 긴급 문자가 계속 왔다. 눈이 오니 조심하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아침 7시 반에 출발하려고 보니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렸고, 온 세상이 이미 하얗게 되어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우비로는 가방을 덮고,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섰다. 눈 내리는 시골길이라니. 어떻게 보면 궂은 날씨를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눈이 오는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스틱 두 개를 들고 걷다가 한 손으로 우산과 스틱 2개를 다 잡고,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켜서 사진을 찍으며 바쁜 걸음을 걷기도 했다.
밀양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도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안전하고도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었다. 눈은 점점 잦아들었고 비로 바뀌었다. 눈이 내린 시골의 풍경을 보며, 밀양강을 보며 그렇게 걸었고, 밀양 시내쯤에 도착했을 때는 비도 그쳐 있었다.
3일째 되는 날도 컴퓨터로 업무를 해야 했기에 나는 밀양에 있는 PC방을 목적지로 찍었다. 생각보다 식당이 잘 없어서 나는 PC방 근처 칼국수집에서 칼제비를 먹었고, PC방에서 업무를 했다. 밀양 PC방의 남자 사장님은 생각보다 불친절했고, 나는 업무를 보자마자 나왔다.
3일째 되는 날 숙소가 문제였는데 숙소로부터의 거리가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밀양 근처에는 숙소가 많았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숙소가 잘 없었고, 모텔은 김해 가기 전 한림 쪽에 몰려 있거나 삼랑진 안쪽에만 있었다. 중간에도 한 개가 있긴 했는데 너무 안 좋아 보여서 가기가 꺼려졌다. 거리를 계산해 보니 오후 시간 동안 한림까지 가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삼랑진 쪽도 거의 5시간 반이나 걸리는 아주 먼 길이었다. 지도 어플에 5시간 반이라는 것은 기계처럼 계속 걸었을 때 걸리는 시간이었고, 사람은 화장실도 가야 하고, 한 번씩 쉬어야 했기 때문에 적어도 6시간은 더 걸린다는 뜻이었다. 그때 시간이 12시 반. 예상으로는 6시 반은 지나야 도착하는 상황. 나는 달리 방법이 없었고 최대한 빨리 걸어서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밀양 시내에서 삼랑진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밀양강 우측 논 옆에 나 있는 도로였는데 나는 그때 노르딕 워킹으로 팔로 추진력을 얻으면서 아주 빨리 걸었다. 그래서 예상 시간보다 빨리 삼랑진을 건너는 다리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3일 간 계속 걸었던 탓인지 우측 아킬레스건의 부하가 계속 쌓이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좌측 발에는 물집이 점점 커졌던 것이다. 강을 건널 때쯤에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거의 절뚝이다시피 되었다. 평촌리에서 삼랑진역까지 너무 힘들었고, 중간에 버스도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절뚝이며 느린 걸음으로 최대한 걸어갔고, 삼랑진에서는 버스도 택시도 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픈 다리를 끌고 가면서 치킨과 맥주가 계속 생각이 났고, 삼랑진역 이후로는 더 이상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치킨을 포장해서 택시를 잡아야 하나, 아니면 맥주만 편의점에서 사서 모텔에서 배달을 시켜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다. 결국 삼랑진역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역 앞에서 기다리니 택시가 한 대 왔다(택시 어플로는 잡히지도 않았다). 아저씨는 나를 보더니 8천 원을 불렀다. 아마도 갔다가 다시 오는 비용까지 책정한 것 같았다. 어플로는 5-6천 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하고 모텔까지 갔다. 고장 난 다리로 택시를 타지 않고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3일 째의 모텔은 첫째 날과 둘째 날 중간쯤 되는 시설이었다. 보통 정도였던 것이다. 나는 배달 어플을 켜서 봤는데 전부 거리가 멀었다. 어플에서는 배달이 된다고 적혀 있고, 배달비도 얼마 적혀 있지 않았는데 믿을 수가 없는 정보였다. 그래서 삼랑진역 근처의 치킨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배달이 가능한지 물어서 전화로 주문을 했다. 전화로 주문을 하고 직접 카드로 결제하는 건 옛날에 하던 방식이었는데 시골에서는 이 방식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나는 그날 아픈 다리를 보상이라도 하듯 치킨과 맥주를 마구 먹고 휴식을 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