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울 도보] 6. 대구-문경 도보 여행의 시작

by 은도진

대구-부산 도보 여행을 다녀와서 한 동안은 현실에서 발버둥 쳤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도보 여행을 할 시간이 생겼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만들었던 것. 나는 이 기회에 부산-서울을 연결하고 싶은 욕구가 다시 올라왔다.


지난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짐을 꾸리는 것도, 거리를 파악하는 것도 한층 능수능란해져 있었다. 대구에서 문경의 거리를 보니 2박 3일 기간으로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판단. 문경에서 거리를 재보니 왜관쯤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찐으로 대구에서 문경까지 가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2박 3일 동안 걷는 것 자체가 중요했으니까.






시작하기에 앞서, 국내 도보 여행의 팁을 드리고자 한다.



1. 하루에 20~30km 내에서 본인이 갈 수 있는 거리로 잡을 것.

2. 숙박 업소(모텔 등)가 있는지 확인할 것.

3. 식당과 편의점을 미리 검색하고 없다면 그전에 먹을 것을 미리 사둘 것.

4. 갈림길이 나오면 지도로 확인할 것.

5. 국도에서는 차가 오는 방향으로 마주 보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음.

6. 커브길에서는 차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으므로 커브를 크게 도는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음.

7.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이, 배고픈 것보다는 배부른 것이 낫다.

8. 국도에서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끼지 말고 핸드폰 스피커로 듣자.

9. 화장실은 주유소, 편의점, 마을회관, 경로당을 적극 이용하고, 급하면 자연을 이용하자.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1.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있으니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더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숙소가 근처에 없으면 더 가기 힘드니 숙소를 기준으로 하루거리를 잡는 것이 좋다.

2. 지도에서 모텔을 검색하면 나온다. 그것을 기점으로 1일 거리를 잡는 것이 좋다.

3. 도심과 가까우면 식당과 편의점이 항상 있지만 시골로 가면 식당과 편의점이 없는 경우도 많다. 미리 검색을 해 보고 근처에 없다면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배가 고프고 허기지면 걷는 것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먹을 것은 항상 있는 것이 좋다.

4. 지도로 봤다고 해도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도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한참을 돌아서 간 적이 많았다. 갈림길이 나오면 항상 이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자.

5, 6. 차가 오는 방향으로 마주 보며 걸으면 차가 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처가 용이하다. 뒤에서 차가 오면 대처하기가 어렵다. 커브길에서 좁은 쪽으로 돌면 운전자도 사람도 갑자기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크게 도는 것이 좋다. 하지만 크게 도는 쪽이 차가 가는 방향일 경우는 무엇이 더 좋은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7.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여분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항상 여분의 음식이나 물이 있는 편이 좋다.

8.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멀리서 오는 차의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도 많다. 음악을 듣고 싶다면 핸드폰 스피커로 켜서 배경음악처럼 듣는 것이 안전에 유리하다.

9. 물을 많이 먹지 말자. 생각보다 화장실이 없을 수도 있다.



이번 준비물 : 30L 배낭, 스틱, 창 넓은 모자, 짧은 팔 상의 2개, 긴 팔 하나, 등산 재킷, 비닐 우의, 여분의 큰 비닐, 긴 바지 하나, 짧은 바지 하나, 등산 양말 3개, 트레일러닝화, 배터리, 노트북, 속옷 등




아침 일찍 왜관에 도착한 나는 정비를 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음료를 사서 출발했다. 그래도 한 번 해 봤다고 대충 점심때 도착할 곳을 정하고, 아침으로 먹을 것을 사는 내 모습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오늘 목표는 35km를 걸어서 선산에 있는 모텔에 도착하는 것.



왜관은 조선시대 일본인들이 무역을 위해 머물던 곳이기 때문에 왜관(倭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 왜관을 걸어 보니 낙동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육지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난번 여행 때 가방이 작은 것 같아서 가방도 30L 크기로 새로 사고, 신발도 마침 트레일러닝을 할 때 쓰던 신발이 있어 그걸 신고 하니 편한 것 같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컴퓨터를 쓸 일이 있어서 PC방까지 15km를 걸어간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출발을 했다. 얼마나 무거운지 한번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날씨는 딱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거기다가 구름이 적당히 있어 햇볕도 많이 들지 않았다. 벼는 익어서 누렇게 변해 있었고, 모닝글로리가 아침을 활짝 웃고 있었다.



1시간 반쯤 걷다가 마을에 있는 정자에서 아침을 먹었다. 삼각김밥 한 개는 부족한 걸 알았기 때문에 2개를 먹었다.


신발도 등산화에 비해 트레일러닝화가 너무 편해서 발걸음이 가벼웠다. 트레일러닝화 추천. (그래도 물집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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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관을 지나면 바로 구미인 줄 알았는데 전부 칠곡군에 속해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걸어가니 구미 시내가 나왔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구미를 지나갔다.



생각보다 페이스는 빨랐고, 원래 계획했던 점심 장소보다 훨씬 더 많이 지나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5시간 동안 23km를 걸은 셈이었다. 다리가 무겁고 힘들어질 무렵 식당이 나타났고, 감자탕이 내 점심 메뉴가 되었다.


(먹다 보니 사진은 못 찍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영화도 보면서 쉬었다. 천천히 먹고 다시 출발.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료와 과자를 샀다. 오전에 생각보다 많이 걸은 탓에 오후에는 12km만 걸으면 되었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 하지만 다리에 누적된 피로는 무시하지 못했다. 12km를 마치 20km처럼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산을 몇 km 앞두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비를 맞는 건 기분이 좋았지만 가방 안에 노트북이 있었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부슬비만 계속 내렸기 때문에 노트북까지 젖지는 않을 것 같아 우비를 꺼내지 않고 계속 걸음을 재촉했다.



선산 입구에는 성이 있었고, 바로 시장이 보였다.



선산의 첫인상은 뭔가 사람들이 북적여서 정겹다는 느낌이 있었다. 구미를 거쳐 오는 길은 약간 휑한 느낌이 있었는데 선산의 느낌은 좋은 것 같았다.


나는 모텔로 바로 향했고, 모텔비도 3만 5천 원으로 괜찮았다. 나는 비에 젖은 몸을 따뜻한 물에 씻고 아직 시간이 일렀기 때문에 근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예전 대구-부산 여행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새로이 글도 썼다. 그리고 저녁은 선산 시내 쪽에 있는 임실치즈피자를 포장해 와서 먹었다.



쭉 늘어나는 고소한 치즈가 들어간 피자와 함께 맥주를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아주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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