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해요.

말도 조금 알아듣기는 해요.

by 해날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요청한다.

코로 나의 다리를 콕콕 누른다. 쳐다보면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세워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왜? 뭐 해줄까? 뭐 하고 싶어?"라고 물으면 뒷마당으로 가는 문으로 뛰어가거나 간식이 있는 곳으로 가는데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저 나를 보며 계속 꼬리를 흔들 때가 있다. 몸은 이미 가까이 있어서 그저 쓰다듬기만 하면 된다. 머리부터 몸통 엉덩이까지 빗질하듯 쓰다듬기도 하고, 머리만 쓰다듬어 주기도 하는데, 멈추면 앞발로 손을 긁는다. 내가 찾아가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옆으로 누워 쉬고 있는 몸을 쓰다듬고, 귀와 머리가 만나는 부분을 열심히 긁어주기도 한다. 가장 보드라운 털이 있는 곳이다. '세수'도 시켜주고, 쓰다듬다가 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몸으로 말해요.jpg 긁어주는 팔을 앞발로 감싸는 그녀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머리와 앞발이 있는 등까지만 만질 수 있었다.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아서 만지려고 하면 도망가버렸다. 어쩌다가 갈비뼈를 지나가면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깨갱하고 크게 소리를 질러서 모두를 놀래켰다. 요즘도 가끔 그런다. 그래서 다쳤을 때 엄청 걱정했었다. 몸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 약을 발라주거나 붕대를 감아줄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다행히 온순하게 앉아서 협조해 줬고, 매일 같은 과정을 20일쯤 반복했을 때는 앉아서 졸기까지 했다. 그때 처음으로 들어서 무릎에 앉혀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상처를 치료하는 행동 외에는 허락하지 않았다.


이 친구는 유기견이었다. 한국에서 유기되었고, 다행히 구조되었고, 중성화를 하고 8개월쯤에 캐나다로 왔다. 처음에는 표정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기 사진들은 그저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 시기에 겪어야 하는 많은 것들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기에 그녀의 예민함이나 독립적인 부분은 진도믹스견이라서 나오는 성향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돗개는 보통 한 명의 주인을 따르는 성향이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5명의 어른을 따라야 해서 헷갈릴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 선입견이고 편견이었나 싶다.


그녀는 정직하다.

'날 쓰다듬어 주는 것이 좋아요.'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요.'

'옆에 있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불편하면 바로 가버린다.ㅎ

난 누군가에게 이렇게 정직하게 표현했던 적이 있었던가?

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라서 1차원적인 것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잡한 메시지를 띄우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과 소통한다. 원래 복잡한 메시지는 오해가 따르는 법이다. 그게 고차원이니까.

...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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