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실험가가 사원으로 승급되었다.
70대의 아버지가 설거지를 하신다.
나에게는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한 이 모습이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을 상황을 상상해 본다. 아버지의 직업이 요식업 관련이었다면 설거지를 하는 아버지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항상 음식을 만들고, 상을 치우고,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을 테다. 그랬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요리와 음식 얘기를 좀 더 많이 하셨을 테고, 우리 집에는 음식과 요리를 잘 아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것 같다.
혹은 아버지의 취미가 요리였다면 종종 봤을 모습일 것도 같다. 아버지는 음식을 좋아하시지만 요리에는 큰 재능이 없으신 것 같다. 아직도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직접 재료를 사다가 해물탕을 끓이셨다. 재료는 다양했지만, 조개는 해감을 건너뛰었고, 생선과 채소는 곰탕 냄비 속 빨간 한강에 떠있었다. 그때쯤 나도 소고깃국을 끓이겠다고 물에 소고기 다시다만 넣고 끓인 적이 있으니 우리 집에는 실험가가 둘이나 있었던 셈이다. 난 자취를 하면서 점점 실험에 성공을 거듭하여 사람들을 초대하여 같이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고, 아버지는 은퇴를 하면서 다시 실험을 시작하셨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보고 배웠다면서 버섯덮밥을 해주셨는데 그 옛날 해물탕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멋진 요리였다.
요리를 하실 만큼 부엌과 친해져서 그러신 지 설거지에도 도전하셨다. 설거지는 언뜻 생각하면 아주 쉬운 일이지만 집마다 다른 방식이 존재한다. 어머니들이 설거지를 설렁설렁하는 듯 보여도 자신만의 방식이 견고한 상태이니 함부로 덤비면 안 된다. 설거지를 하기 전에 방법에 대해 꼭 질문해야 한다. 아버지는 그 단계를 잘 넘기셨나 보다. 고무장갑이 끼고 벗기 어려우니 '남자용'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아버지, 고무장갑은 남자용 여자용이 없습니다. S, M, L, XL로 크기만 나눠져 있어요.ㅎ"
"그러냐?ㅎ"
신입사원과 파견사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