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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읽어 본다.

by 해날

자기 계발서를 일부러 찾아 읽었던 시기가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던 나는 금방 방향을 잃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떠났다. 내 인생 방향을 찾고 싶어서 그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들을 찾았더니 대부분 자기 계발서라는 섹션에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잘 설계하여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인 것 같아서 나도 그들에게 비법을 배우고 싶었다. 인생계획을 세우는 방법, 시간을 잘 관리하여 최대치로 사는 방법, 나를 관리하는 방법 등을 읽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트러졌다. 다시 무질서한 나를 보면서 아직 나에게 맞는 계발서를 만나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계발서를 찾아서 읽다가 자아를 찾는 이야기에 관한 고전 소설도 읽게 되었다. 근데, 오히려 이런 소설들이 나에게는 맞는 것 같았다. 내가 필요했던 것은 조언이 아니라 위로였나 보다. '나같이 헤매는 인간들이 많이 있다.' 그 인간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자기 계발서가 필요 없었던 시기가 지났다.

그러다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더니 또 자기 계발서들이 걸렸다. 뭔가 나를 정리할 시기가 다시 왔나 보다 싶어서 그냥 읽었다. 하라는 대로 인생계획서도 세워봤다.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거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기는 했다. 나의 단점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난 돈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 그러다 보니 관심사나 호기심에 이끌려 이런저런 선택을 하면서 살더라. 그러는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알려주는 책을 찾다 보니 또 자기 계발서가 걸렸다. 하나만 파라고 했다. 어떻게 하나만 팔 수 있는지 궁금했다. 더 읽어보니 여러 가지 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하나를 추려서 한 번에 하나만 파고 다 파면 다음으로 넘어가라고 했다. 조언한 대로 하다 보니 돈을 다시 놓치게 되고, 하나가 끝나지 않으니 다음으로 넘어갈 수도 없고, 나 자신이 더 싫어졌다. 근데 그러고 나서 보니 다르게 조언하는 자기 계발서도 있더라.... 내가 뭔가 놓친 것 같은데?!


자기 계발서 섹션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보니 내가 뭐를 놓쳤는지가 보였다.

모든 자기 계발서의 맨 앞부분에는 자신이 발견한 비법을 소개하기 위해서 자신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음을 말한다. 자신이 처한 어려움과 A, B, C를 시도해도 되지 않았던 상황을 설명하고 근데 이건 되더라... 하면서 생각보다 엄청 쉬웠던 비법을 간단해 보이게 설명한다. 실은 책이 한 권이 필요할 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긴 인생 사는데 이 정도 비법을 가져가려면 책 한 권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한 권을 읽었던 거였다. 내가 놓치지 말았어야 하는 부분은 '시도'였다. 다양한 시도를 '직접' 해봤다는 그 중요한 부분!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에는 비슷한 어려움이 있다. 학업에 관한 어려움, 낯선 환경에 대한 어려움,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툼, 진로에 대한 어려움 등등이다. 비슷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어려움은 서로를 더 닮았을 거다. 그러니 '비법'을 시도했을 때 결과가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결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기 계발서는 읽고 뭐든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읽지 않더라도 나만의 방법으로 무엇이든 해본다면 나만의 '비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책을 쓸 만큼 나의 비법을 갈고닦는다면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어 자기 계발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라서 조언하는 자기 계발서보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말해주는 에세이가 더 맞는 편이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이 장르가 자기 계발서가 아님에도 나에게는 가장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준 이유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추려서 듣는 편향된 자기 계발서 독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임에도 난 몇 년에 한 번씩 자기 계발서를 몇 권 몰아서 읽게 된다. 방향을 발견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고비를 극복하는지 궁금해서다. 지금이 그 시기인지 '행동이 불안을 이긴다'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의 영어 원서 제목은 'Level Up'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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