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째 진화를 지켜보는 즐거움
우리 집 콩국수는 콩국이 녹색이다. 몸에 좋다는 서리태를 사용해서 그렇다. 서리태 콩은 검은색 같지만 속은 녹색이다. 콩을 삶아서 껍질을 손수 다 제거하고, 믹서기에 잘 갈아준 뒤 씹히지 않게 국물만 걸러서 부어 주면 고운 녹색 빛의 깨끗한 콩국이 된다. 국수는 메밀함량이 높은 칠갑산 메밀국수를 쓴다. 식감을 위해 오이도 채 썰어 얹어주고, 색감을 위해 방울토마토가 있으면 반 잘라서 오이 옆에 놔준다.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을 반으로 잘라서 올리면 식감, 색감, 영양과 맛을 모두 갖춘 최상급의 엄마표 콩국수가 완성이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된 첫 엄마의 콩국수는 중학생 때 먹은 것이다. 그때 엄마의 콩국수는 다른 곳에서 접하는 그 아이보리 색이었고, 국수도 소면이었다. 오이채와 깨가 올라갔던 걸로 기억한다. 콩맛만 진하게 나는 데다가 국수에서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아서 어렸을 때는 이 콩국수 한 그릇을 비우는 것이 힘들었다. 국수라면 항상 욕심내던 나에게는 의외인 일이었다. 그래서 그땐 제발 콩국수 말고 잔치국수를 해달라고 졸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콩국이 엄청 고소해졌다. 대학생 때로 기억한다. 그때쯤 엄마는 약간의 변주가 아닌 조금 파격적이라고 할만한 레시피도 시도하곤 했었다. 콩국에도 여러 가지 시도를 했는데, 땅콩을 넣어서 같이 갈기도 하고, 두유를 넣기도 했다. 땅콩도 콩이고, 어차피 콩국이니까? 일 년에 콩국수를 한 다섯 번 정도 먹는데, 이때는 먹을 때마다 매번 맛이 달라지던 시기였다. 그렇게 몇 년에 걸쳐 여러 가지 실험을 하다가 녹색 콩국이 탄생했다.
'서리태는 비싸서 아껴 먹는 건데, 이래 먹나 저래 먹나 먹는 것은 같으니 넣어봤어. 훨씬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아'라는 사연과 함께 엄마표 콩국수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씩 한다.
"콩국이 녹색이네?!"
"여기 뭐가 들어간 거예요?"
"국수는 메밀국수 맞죠?"
다들 신기해하며 젓가락을 든다.
어떻게 간을 맞추는지 모르지만, 담백하면서도 짭조름하고 또 엄청나게 고소하다. 맑은 콩국을 위해 걸렸던 갈린 콩은 각자 취향을 고려해서 넣어 먹으면 된다. 난 콩의 씹히는 식감을 좋아해서 비지찌개도 좋아하기에 듬뿍 넣어먹지만, 처음부터 넣지는 않는다. 깨끗한 상태로 마시고 나서 두어 젓가락쯤 먹은 후에 넣는다. 엄마는 항상 더 맛있게 하려고 연구하고 시도하는데 나도 모든 방식으로 그 정성을 맛보는 것이 존중이 아닐까? 엄마의 콩국수는 계속 진화한다. 그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