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 D 사이의 C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by 해날

'마음은 평화로운데 재미는 없는 곳'과 '어딘가 불안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항상 찾을 수 있는 곳' 중에 어디서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난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까? 물론 가장 원하는 곳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삶이겠지만, 그저 바람일 뿐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지속적인 삶의 형태는 될 수가 없다. 다 가질 수는 없는 거다.


마음이 평화로운 곳을 편의상 A라고 불러보겠다. A가 편안한 이유는 내 삶의 울타리가 있는 곳이라서 보호받는 느낌이 강해서 그럴 거다. 힘들면 바로 도움을 청할 곳도 많고, 그저 말없이 앉아있어도 편한 관계의 사람들도 많다. 슬슬 달라질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개인의 사적 영역을 존중하기에 생긴 대로? 살아도 눈길을 받지 않는 영역이 넓다. 그치만, 재미가 없다. 나의 재미는 알아서 찾으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각자의 영역을 포용하는 분위기이기에 냄비에 라면 끓여서 호로록 먹는 데까지 20분도 안 걸리는 짧고 강렬한 재미는 만나기가 어렵다. 나의 입맛은 오렌지를 하나씩 반으로 갈라서 주스기에 돌려서 짜고 다시 병에 넣어서 냉장고에서 차게 만들어 마시는 주스가 아닌, 시원하게 캔을 따서 얼음이 들어간 컵에 부어 따가운 목 넘김을 감수하면서도 빨대로 쪼옥 빨아서 마셔야 느낄 수 있는 그 시원함에 맞춰져 있다. 거기에 '제로'라고 되어있는 캔이라면 더욱 즐거울 테다. 그렇다고 A에 이런 캔음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없는 것은 아니나, 이곳의 레스토랑에서는 오렌지 주스를 찾는 것이 오렌지 캔음료를 찾는 것보다 훨씬 쉬운 곳이라는 거고 제로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가 나오면 의외의 곳에서도 제로 캔음료를 찾을 수 있는 '어딘가 불안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항상 찾을 수 있는 곳'은 B라고 불러보자. B에서는 서퍼가 될 수밖에 없다. 항상 파도가 친다. 멋들어진 서퍼가 되거나 아니면 잔잔한 파도를 찾아서 웨이크보드라도 타야 한다. 한번 바다에 들어오면 백사장으로 나가기가 싫고 나가면 다시 바다로 들어오기까지 충전을 해야 하지만, 해수욕장에 앉아서 서퍼를 봐도 재밌고 직접 바다에 들어가도 즐겁게 놀 수 있다. 어느 곳에서도 한 번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 바다던 해수욕장이던 오래 있으려면 장비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불안함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불안함도 있지만, 주변을 보면 위험에 대비하지 않고 그저 즐기고만 있어서 지켜보기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 저렇게 스릴만 즐기다가 힘이 빠지면 바로 넘어질 텐데 괜찮은가. 저렇게 뜨거운 햇빛 아래서 세상모르고 자면 다 탈 텐데 괜찮은가. 그리고, 그에 반에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만들어지는 불안함도 있다. 난 저렇게까지는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해야 하나?


어쨌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가진 자의 행복한 고민이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다.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고, 모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을 저울에 올려 고민할 필요가 없기에 이렇게 비교해 보는 것을 배부른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상황적인 요소 없이 그저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기에 한번 해 본다.

심심한 천국이냐 신나는 지옥이냐.

아니면 또 다른 C?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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