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녀의 문지기

콕콕 누르면 열어드립니다

by 해날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 옆 식탁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울집 네발 식구가 와서 코로 허벅지를 콕콕 찌를 때가 있다. 찌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반짝이는 동그란 눈을 하고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왜냐고 물어보면 뒷마당으로 가는 문쪽으로 다가가 바깥을 보고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든다.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다.


열어주면 후다닥 뛰어나간다.

다람쥐를 쫓아 달리기도 하고,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바닥 냄새를 맡으며 무언가를 조사하기도 한다. 다시 작업을 하다가 우연히 문쪽을 보면 앉아서 열심히 눈 맞추려 애썼던 모습이 보인다. 눈이 마주치면 일어나서 꼬리를 흔든다. 문을 다시 열어달라는 요청이다. 신기하게도 문을 두드리기 전에 눈을 맞추게 되는 일이 더 많다.


난 울집 네발 식구의 문지기이다.

하루에 열댓 번씩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방문 앞에 네발 식구의 장난감이 놓여있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씨 인형이었다.


문지기 일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아님 문지기를 기다리며 놀고 있었던 걸까?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어서 요청 횟수가 점차 줄어들 것 같아 아쉽다.


작가의 이전글풀꽃 같은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