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우리 집의 첫 네발 가진 식구는 검은색에 갈색 양말을 신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하루도 사랑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처음 데려온 날, 저녁이 되자 아직 이름도 없던 검은 털의 강아지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썹 자리에 있는 희미한 갈색 점이 아직 잘 보이지 않아서 반짝이는 두 점이 보이면 깨어있구나 했었다. 난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 친구에게 포옥 빠졌다. 그 순한 눈빛에 간도 쓸개도 다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끝부터 꼬리까지 두 뼘의 길이였던 작은 반달곰은 배고프다고 낑낑거리고 먹으면 자고 일어나면 낑낑거렸다. 첫날부터 배변 교육이 될 정도로 똑똑했다. 잘 놀고, 잘 먹고, 잘 잤고 잘 컸다.
우리 집 막내는 그 검은색 털과 큰 덩치 때문에 종종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았다. 래브라도는 1년 안에 성견으로 자라는 종이라 처음 1-2년은 무시무시한 괴력의 강아지로 산다. 자고 일어나면 커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빨리 크는데, 정신은 서너 살까지도 강아지 모드인 것 같다. 래브라도는 낚시도 같이 갈 수 있을 만큼 점잖은 종이라고 했는데 그건 아마 7살이 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래브라도 믹스견이라 활동성이 엄청 강한 다른 종이 섞였는지도 모르겠다. 성격은 친근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정신보다 앞서 자라는 큰 몸에 그 우렁차고 깊은 목소리와 인사하려는 제스처가 더해져 우리 집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만약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안내견처럼 크림색 래브라도였다면 그렇게까지 무서워하지는 않았을 거다. 팔랑팔랑 하얀 털의 소형견이 했다면 오히려 귀엽다고 칭찬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집 막내는 안타깝게도 성격을 오해받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우리 집의 두 번째 네발 가진 식구는 검은색에 갈색 스타킹을 신은 진도 믹스견이다.
처음 왔을 때는 얼굴이 온통 까만색이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흰 수염도 있고 코에서 눈까지 밝은 갈색과 노란색이다. 입술 근처는 흰색도 보일 정도이다. 소형견이라기엔 크고 중형견이라기엔 작은 친구이다. 우리의 첫 네발 식구가 너무 커서 여자 식구들은 안아 올릴 수가 없었기에 선택된 아담한 크기의 식구이다.
둘의 공통점은 털색이 검은색 중심이라는 것과 같은 집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친구가 첫 번째 친구를 기반으로 선택되었고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데려왔기에 생긴 공통점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검은 개라는 것 말고는 성격, 취향, 행동패턴 등은 대부분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 있을 정도로 상당히 다르다는 말이다. 가끔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릴 정도로 둘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리고 내 마음도 다르다.
두 번째 친구도 몹시 사랑스럽다.
예민하고 새침데기인 데다 독립적이어서 첫 네발 달린 식구가 알려준 기대치를 대폭 수정해야 했지만, 폴짝폴짝 가볍게 뛰어 올라와서 앞발로 자기를 만져달라고 손을 긁고 배를 보이면 놀라지 않게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그 표정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저 옆에 와서 묵직하게 몸을 기대는 믿음직함과는 다른 따뜻함이다.
쓰담쓰담이 좋았는지 내 옆에서 깊은숨에 배를 들썩이며 자는 아담한 몸을 보면 3인용 소파의 두 칸을 차지하던 첫 번째 친구가 생각난다. 모든 경계를 풀고 천사 같은 얼굴로 쌕쌕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누군가에게는 외모만으로도 두려움을 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친구가 나를 뭘 믿고 이렇게 편하게 자고 있는지. 내가 이 믿음을 얻기 위해 같이 산 것 말고 특별히 무슨 노력을 한 것도 없는데. 처음으로 맞이한 네발 식구라서 모든 것이 서투르고 어설펐다. 지금쯤 다른 개들을 만나 그 부족함을 다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욕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친구를 보면서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도 한숨 쉬며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둘의 공통점이 하나가 더 있다. 나의 미안함의 대상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