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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으신가요?

어르신이 되는 것은 어때요?

by 해날

'당신은 몇 살입니까?'

이 질문에 대답할 때 나의 나이는 생년월일로 정해지는 '캘린더 나이'로 계산하게 됩니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고, 생일이 지났으면 그대로 만 00세인 것이고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1년을 더 빼야 합니다. 간단한가요?


실은 나이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을 하면 육체의 나이가 나옵니다. 식습관과 운동량 질병의 유무에 따라 육체가 세상에 머무른 시간보다 더 노화했을 수도 있고 노화를 막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70대의 여성분이 마라톤으로 20대보다 너 높은 폐활량을 가지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의 폐는 무려 50년 동안 늙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분은 몇 살일까요?


'정신적 나이듦'도 있습니다.

'노인성'은 주름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에 '정신적 나이듦'은 성숙을 넘어선 단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을 거쳐 성숙한 단계에 이르면 필요이상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많은 것에 초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상태를 나이 든 상태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지근한 온도의 감정을 보이는 사람들을 '애늙은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일에도 큰 감정을 보이면 '애 같다'라고 합니다. 초연하거나 감정적인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나이 든 상태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감정의 폭은 어떤 지표로 측정하는 것일까요? 나이에 따라 표현해야 하는 강정의 농도나 크기가 정해져 있는 걸까요?


자신의 나이를 직접 가늠해 보는 '주관적 나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나의 캘린더 나이는 30대이지만 40대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20대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기대, 주변의 상황, 자신의 성취도 등등을 고려하여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나이입니다. 사회 어디에서도 객관적 데이터로 쓰이지 않는 주관적 나이는 실제 그 개인의 나이듦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내가 나 자신을 젊게 산다고 느끼면 노화나 노쇠가 또래보다 실제로 느리게 일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존재하는 나이에 관한 데이터는 모두 앞서 살았던 분들의 테이터를 모아 평균을 낸 것 일뿐 '00세에 몸은 이래야 한다' '00세에는 정신상태는 이렇게 된다.' 하는 데이터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는 모두 자신이 정하는 기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해서 생기는 일들도 많지만, 그에 대한 대처는 내가 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옵션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듯 보이는 사람들은 많으나 실제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 내가 정하는 기준이 가장 잘 드러나는 나이가 노년층입니다.


어떤 노인이 되고 싶으신가요?

늦출 수는 있어도 우리 모두가 늙기는 할 겁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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