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정신세계

있기는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그 세계

by 해날

사람은 언제나 나의 관심 주제였다.


'저 사람은 왜...?'로 시작하는 질문을 어렸을 적부터 수도 없이 해왔다.


전래동화를 읽을 때도 등장인물들의 행동의 이유가 항상 궁금했다.

'사냥꾼은 왜 선녀의 옷을 숨겼을까? 나중에 알게 되면 선녀가 실망이 클 텐데,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지. 숨길 용기는 있고 말할 용기는 없는 걸까?'

'사람들은 왜 하지 말라는 것을 꼭 골라서 할까?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할까? 욕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걸까?'

'사람은 왜 신에게 덤빌까? 신이 신인 이유는 힘이 세고, 뭐든 할 수 있어서일 텐데 왜 꼭 덤벼서 신을 화나게 할까?'


어린 나이에 이런 질문들을 해봤자 답이 없어서였는지 전래동화 다음은 세계 7대 불가사의 같은 미스터리 이야기였다. 과학으로도 증명되지 않는...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이었다. 피라미드 같은 인간이 만들 수 없었을 거라는 건축물도 있었고, 미스터리 서클, 마녀들의 결혼식, 버뮤다 삼각지대, UFO의 출현, 미국 어딘가에 있는 비밀기지에서 연구되고 있는 외계인의 사체 등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다루는 믿거나 말거나 책을 좋아했다. 그런 책 속의 사람들은 항상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왜 외계인이 궁금할까?'

'마녀들은 왜 옷을 입지 않고 결혼식을 할까?'

'사람들은 왜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까?'


그 관심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로 이어졌고, 정신세계에 대한 질문들로 연결이 되었다. 정신세계를 치료한다는 정신과 의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을 읽었다. 심리학자의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 정신과의사의 직업에 대한 책을 읽고 오히려 그 직업이 무서워졌다. '다른 이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쯤 만화책에 빠졌다. 말풍선, 생각풍선, 표정, 행동까지 다 묘사되는 장르에 매료되어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ㅎ


심리에 관한 관심은 외국으로 나가면서 책에서 실전으로 옮겨졌다.

'이 사람은 왜 지금 이런 얘기를 하지?'

'저 사람은 왜 이 이야기에 웃지?'

'이 사람은 왜 나를 싫어하지?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그리고 질문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유만 궁금한 것이 아니라 과정까지 궁금해졌다.

'어떻게'를 포함한 질문이 더해졌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의 정체성은 '질문봇'이었던 것 같다.ㅎ

사람에 대한 나의 질문은 심리학 전공으로 이어져서 (대답) 하나 받고 (질문) 두 개 더의 시츄에이션이 시작되었다. 심리학은 행동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공부하는 학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행동을 통해 분석하고, 가설을 세우고,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분야지,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학문은 아니다. 경제심리, 교육심리, 음악심리, 미술심리, 소비자심리, 동물심리... 끝도 없이 이어지는 OO심리는 실은 OO을 전공하는 분야이고, 심리학은 거의 배우지 않는다. 전공하는 사람의 양에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 많으면 3분의 1 정도이다. 심리학에만 관심이 있던 나는 그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OO을 얻지 못하고 그냥 심리학으로 졸업하였다. 인지과학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아님 죽은셈치고 공부해서 뇌과학으로 확장했다면 인생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졸업 때쯤엔 이미 사람이 되는 과정을 다루는 줄 알았던 교육분야에 콩깍지가 씌어서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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