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달콤한 기억의 이름
나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아이스크림 트럭은 없었다.
최초의 기억에 50원? 100원? 짜리 쭈쭈바가 있었고, '폴라포'가 있었고, '대롱대롱'이 있었다.
'투게더'를 다 같이 퍼먹는 날은 사치를 부리는 날이었는데, 어느샌가 비슷한 이유로 '엑설런트'를 하나씩 까먹고 있었다. 최고의 사치가 종이에 싸인 고급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던 셈이다. 이가 썩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은 특별한 간식이었다.
영화를 보면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스크림은 어느 나라나 아이들을 단번에 기분 좋게 만드는 특별함을 가진 것 같다. 10대에 호주에 가서 놀이동산에 갔을 때, 얼음을 갈아서 뽀쪽한 컵에 넣고 아이스크림 모양을 만들어서 위에 시럽을 뿌려주는 스낵을 먹어봤다. 나쁘지 않았다. 뭔가 '얼음보숭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구성인데 snow cone이라고 부른다. 색감은 훨씬 화려했고 단맛은 강렬했다. 빨리 먹지 않으면 얼음이 한 덩어리가 되고 시럽은 아래로 내려가서 나중에는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스노우 콘을 떠올리다 보니 캐나다에서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농장에서 먹었던 maple taffy가 생각난다. 끓인 메이플 시럽을 깨끗한 눈 위에 일자로 부은 뒤에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돌려서 사탕처럼 만들어 먹는 간식이다. 농장에서 만들어 준 것은 시중보다 달지 않았다. 그래도 입안에서 번지는 향긋한 메이플 향이 달콤함으로 기억에 남았다.
'스크류바', '조스바', '비비빅', '빵빠레', 등등 아직도 남아있는 아이스크림이 많은 이유는 이 업계가 이런 달콤한 추억의 대장이기 때문일 거다. 아마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린 날 먹은 차갑고 달콤한 간식을 먹으며 행복해했던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거다. 추운 나라라면 아이스크림의 영원한 단짝인 '핫초코' 혹은 '코코아'가 있다. 난 실은 스무 살 전까지 아이스크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어서 문방구에서 팔던 직사각형 모양의 50원짜리 엿이 최고의 달콤함이었다. 학교에 가져가서 바닥에 잘 던져서 골고루 잘 쪼개지면 친구들과 한 조각씩 입에 물고 살살 녹여먹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스크림, 얼음과자, 얼음보숭이 등 그 차갑고 달콤한 그 스낵의 이름이 무엇인지가 자신의 정서적 배경을 말해주는 증표이지 않을까 싶다. 캐나다에서 태어났다면 maple taffy, 호주에서 태어났다면 snow cone이 나의 어린 시절에 한 부분이었을 거다. 난 한국에서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직사각형의 갈색 엿을 기억하게 되었다. 가끔 토론토 집 앞에 오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오면, 아이들이 몰려가면서 OO을 먹을 거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스크림의 맛을 얘기하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지만, 특정 제품명을 말하는 거라면 난 알 수가 없다. 내가 아는 바나나보트는 물 위를 가르며 달리는 엄청 빠른 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