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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Feb 07. 2021

면접관의 입장에서 본 채용과정

영국 런던 프로덕트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 채용이 궁금하다면?

현 직장으로 이직을 한지 약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사의 신뢰를 얻어 현재 신입 디자이너 채용 과정에 종종 관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채용은 1-2명의 사람이 채용을 결정하기보다는, 후보자와 같이 일하게 될 팀원들의 의견을 전부 고려하여 채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후보자 선별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관찰하고 느껴본 결과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3년간 취업준비와 온갖 면접을 거치며 '지원자'의 입장에만 있었는데, 채용을 하는 입장이 처음으로 되보니 확실히 보는 시야와 관점이 달라지더군요. 백문이 불여일견! 그래서 일반적으로 경험이 많은 시니어가 주니어보다 합격의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가 싶습니다. 자기 회사에서 사람을 채용해 본 경험이 있으면 다른 회사 지원을 할 때 면접관이 뭘 원하는지 좀 더 잘 알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첫 직장을 노리는 주니어 취업준비생들에게 희망과 유용한 정보를 주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면접관의 입장을 상상하며 '이럴 것이다'라고 예상한 것과 실제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 시니어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가 주니어보다 못한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충격적이지만 사실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의 기본은 '케이스 스터디'입니다. 비주얼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와 달리 '논리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과정을 이미지 첨부와 함께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지들만 달랑 올려놓고 UX 포트폴리오라고 하는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더군요. 이미지 나열은 의미가 없습니다. 



케이스스터디 예시) 페이스북 디자이너 ABDUS SALAM  https://abdussalam.pk/



"프로젝트가 실로 구현됐는지, 팀원은 몇 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예산과 시간의 한계 안에서 어떤 방법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는지 등등"을 알지 못하면 그저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 나열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무조건 글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과정이 없고 결과만 달랑 있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제가 UXUI 포트폴리오를 처음 만들 때 하던 실수를 생각보다 많이 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저는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아는 한국의 유명 IT 기업 경력직 디자이너 포트폴리오를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핸드폰에 합성된 앱 이미지 목업들만 달랑 여러 페이지에 걸쳐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취업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건, CV (이력서)에 있는 업무 경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2-3년이라도 업무 경험이 있으면, 아무래도 그걸 더 쳐주게 되니까요. 


시니어들이 회사 다니면서 바빠서 포트폴리오에 들일 시간이 적어서 그런 건지, 주니어들이 상대적으로 취업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아서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 수 있었던 것인지. 정답은 아무도 모르나, 어찌됬든 결국, 포트폴리오를 중시하는 회사라면 주니어라고 해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안 뽑을 이유가 없습니다. 




2. 두드리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저는 영국에서 지난 회사, 현 회사 취업을 할 때 직원 추천이나 인맥 없이 회사 웹사이트 직접 지원을 통해 취업을 한 케이스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케이스가 대부분일 거라 생각이 되나, 예상외로 취업의 길로 연결되는 문은 다양하더군요. 


한 달 전쯤 링크드인으로 모르는 사람 (편의상 A라 호칭)에게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취업 준비생인데,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A의 포트폴리오는 훌륭했고, 꽤 오랜 시간 취업준비 상태에 놓여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도 취업준비 당시 현업 디자이너들에게 링크드인으로 메시지를 많이 보내본 적이 있어서,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짧은 피드백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러고 한 달 후, 저희 회사와 A의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이유인 즉슨, A가 저 말고도 저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 B에게도 이런 메시지를 보냈고, A의 포트폴리오를 눈여겨본 B가 저희 회사에 A를 추천해서 인터뷰 기회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A는 끊임없는 탈락과 기약 없는 취업준비기간에 지쳐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좋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저희 회사에 지원을 아예 안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시니어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와 비교해 본 결과, 아직은 주니어 레벨인 A의 포트폴리오가 훨씬 좋았어요. 


생각 외로 취업의 문은 다양하고, 또 오랫동안 탈락을 하고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앞으로도 취업을 못한다는 뜻이 아님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저도 인턴까지 포함하면 대충 2-3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




3.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취업은 정말 운이다!




취업을 한 사람들이 노력을 안 했다는 거 아닙니다. 취업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떨어진 사람, 취업을 이미 한 사람, 둘 다 모두 열심히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운 때문에, 이 사람은 떨어지고 저 사람이 붙은 것입니다. 


저는 현 회사와 취업비자 신청을 진행 중인 상태인데요. 현재 영국 이민 관련 서류가 넘쳐나서 홈오피스 업무가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영국은 올해 1월로 브렉시트가 발효되었고, 영국의 수많은 이민자들이 관련 서류들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영국 여권 소지자가 아닌 외국인의 채용을 보류하는 회사가 늘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영국 취업비자 스폰서 목록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976286/2021-04-07_Tier_2_5_Register_of_Sponsors.pdf



위 목록을 보면, 영국 취업비자 스폰서십 라이센스를 가진 회사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회사 지원을 할 때 이 목록 안에 있는 회사인지를 체크하고 지원을 했는데요. 회사가 저 리스트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비자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제 지난 회사는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있었고, 제 매니저는 취업비자를 지원받았는데 저는 못 받았거든요. 


이유인즉슨, 제 매니저가 입사할 당시에는 회사에서 취업비자를 지원해줄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었으나 제가 지원을 받으려는 당시에는 코로나 경제 타격으로 인해 회사 내 지침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 심지어 같은 직무라도 시기에 따라 누구는 취업비자 받고 누구는 못 받고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러나 라이센스가 없는 회사라도 취업비자 신청 의지가 있으면 회사 측에서 라이센스를 따서 어떻게든 취업비자를 지원해주는 경우도 봤습니다. 


현재 그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있더라도, 비자에 유효기간이 있으면 추후 회사 내 사정에 따라 취업비자 지원상황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유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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