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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Feb 10. 2021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스웨덴인들의 연애방식

제가 지금까지 살아본 나라는 스웨덴, 영국, 한국 이렇게 세 나라인데요, 제가 스웨덴에 가서 무작정 직장을 구하고 살아보고 싶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훌륭한 1. 복지 시스템, 2. 저녁이 있는 삶, 3. 남녀평등하다는 사회. 전 세계 국가 지표에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기로 유명한 이 북유럽 나라들로 가면 나도 행복해질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였습니다.


 

첫 번째, 복지 시스템은 안타깝게도 제가 경험한 바가 없습니다. 인턴십으로 받은 월급의 30-40%을 세금으로 냈지만, 비자 상태가 단기 학생비자라는 이유로 스웨덴 정부가 스웨덴인에게 제공하는 정부의 혜택을 하나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억울한 경우죠. 스웨덴에서 6개월 이상 체류를 하면 수입이 생길 시 세금을 내야 합니다. 다만 혜택을 위해 Personnummer-한국의 주민번호와 같은 개념-을 지원하려면 1년 이상을 거주해야 하죠.) 그래서 스웨덴 동네 병원에 가서 의사와 5분 대화를 하려면 3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합니다. 비자 신청 시 사보험을 따로 들어야 하지만 막상 스웨덴 병원에서 보장되는 진료과목이 몇 없거든요..


 

두 번째, 저녁이 있는 삶은, 스웨덴 직장 생활 결과 네, 정말 있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고요. 현재 런던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스웨덴 스톡홀름보다는 런던이 확실히 좀 더 경쟁적이고 열심히 사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녀평등한 사회분위기. 정말 그런가요? 저를 가장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스웨덴인들의 연애 방식이었는데요,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한번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1. 스웨덴 남성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매너나 호의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영국이나 다른 유럽의 나라에서는, 여성이 계단이나 턱이 높은 도로에서 큰 짐을 들고 힘들어하면 많은 남성들이 먼저 "도움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어보며 짐을 옮겨주는 호의를 베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은, 남자들이 먼저 "도움이 필요하시나요?" 묻고 다가오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스웨덴 남성들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으나, 여기 사람들은 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데 내가 먼저 나서서 저 사람의 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저 사람이 여성이라고 해서 저 짐을 못 들고 갈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편견이다. (여성은 힘이 없다=나약하다는 편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스웨덴 학교 캠퍼스에서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위해 고장 난 자전거를 눈 내리는 날, 높은 계단에서 옮겨야 할 일이 있었어요. 자전거가 너무 무거워서 자전거가 넘어질 뻔한 사고가 있었는데, 스웨덴인들은 멀뚱멀뚱 히 서있고 주변에 있는 스웨덴인이 아닌 인터네셔널 학생들만 저를 도와주려고 달려왔답니다... (자전거가 넘어지는 사고면 좀 도와줄 만도 한데..^^;;)




2. 성관계는 굉장히 빠르나, 연인으로서 관계 정립이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린다.




연인으로서 관계 정립을 하는 기간이 제가 아는  어느 나라보다 오래 걸립니다. 데이팅을 하는 사이더라도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확실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니라 Knull Kompis (직역하면 F*** buddy), 다른 말로 Friends with Benefits (잠자리만 하는 친구 관계)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은 연인관계보다 이런 잠자리만 하는 친구관계가 더 흔합니다. 그렇기에 내가 데이트하는 상대방이 관계 정립 이야기를 안 한다? 그럼 무슨 사이인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확실하게 관계 정립을 한 상태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나와 데이트를 하면서 5명, 10명, 혹은 15명과 성관계를 해도 뭐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없습니다. 관계 정립은 보통 3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봤습니다.


저는 지금 영국에 살지만 여자친구,남자친구 관계가 스웨덴보다는 훨씬 흔하고, 관계 정립도 좀 더 빠른 편이라고 느낍니다.


성관계 시기도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빠른 편인데, 제 생각엔 북유럽 나라들이 굉장히 춥고, 겨울이 길고, 외식을 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발생한 현상 같습니다.


한국은 굳이 먼저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연인관계가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성관계를 안 하는데 어떻게 연인관계가 되냐 (스웨덴 친구 A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를 한 번도 운전을 안 해보고 어떻게 자동차를 사냐")라는 마인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스웨덴인에 맞춰 나도 하기 싫은데 성관계를 빨리 해야 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 차이 분명 있지만 결국 사람 사는 것 똑같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스웨덴인이든 영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3.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며 사는 삼보(Sambo) 문화




회사에 다니다 보면 나이 지긋하고 이미 아이가 여럿 있는 30-40대 직장 동료들이 가족 이야기를 할 때 " 아내 (My wife)”라고 하지 않고 “ 여자친구 (My girlfriend)”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북유럽 사회는 결혼이 흔하지 않습니다. 30년, 40년, 아이를 키우면서 살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인 형태로 지내는 삼보 (Sambo)가 많은데요. 삼보도 사실혼 관계로 처리되어 결혼한 커플처럼 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삼보 커플들은 다른 커플보다 문제가 많아서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건가? 물으신다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연애 관계가 건강하고, 토끼 같은 아들 딸들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가 없이 모든 것이 잘 흘러가도, 여기 사람들은 결혼을 꺼려합니다.


"지금 이 상태가 충분히 좋은데 굳이 왜 인위적으로 (결혼으로) 그걸 바꾸려 하나"가 이 사람들의 기본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스웨덴인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이혼율이 높아서 결혼을 굳이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는 추측만 있습니다. 결혼한 커플이 없지는 않으나 영국, 한국보다 많이 드문 편입니다. 





문화가 다른 이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당연히 문화 차이에 충격도 받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요.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나라에 산다고 (또는 그 사람이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그 문화에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와 내 문화를 서로 이해시키고 대화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 하나 원하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요.


이 글이 스웨덴에서 살고 싶어 하는, 또는 그 나라가 어떤 문화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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