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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May 29. 2021

가장 좋은 오퍼 골라가는 법

영국 런던 취업 뽀개기

취업 상반기, 하반기가 나뉘어있어 언제 공고가 뜰지 예측이 가능한 한국과는 달리 영국은 수시채용이 일반적이다.

(이제는 한국도 영국처럼 점점 수시채용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Graduate Scheme (인턴십에서 정규직으로 연결되는 신입사원 채용)은 1년 전부터 미리 정해진 인원을 뽑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수시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내가 원하는 공고가 뜰지도 모르고 언제 합격이 뜰지도 모르고 여러 개의 회사에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내가 받은 오퍼가 오직 하나뿐이라면 그 회사 밖에 선택지가 없겠지만, 오퍼를 여러 개의 회사에서 받은 경우. 어떻게 가장 좋은 오퍼를 골라 갈 수 있을까?  



문제는 모든 회사에서 한날한시에 오퍼를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대부분 여러 곳의 회사에 지원서를 낸 상태일 테고, 여러 곳에서 인터뷰,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마다 채용 프로세스와 절차가 너무나 다른 나머지 어떤 회사는 서류전형부터 오퍼까지 2주밖에 걸리지 않는 반면 어떤 회사는 한 달, 두 달이 걸리기도 하고 최대 1년까지도 걸리는 회사도 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내게 오퍼를 주는 회사를 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이 오퍼를 거절하면 내가 지난번에 면접을 봤던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온 오퍼를 선택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장 먼저 오퍼를 주는 회사가 최고의 연봉,혜택을 제시하는 회사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 어떻게 최대한 전략적으로 더 좋은 오퍼를 주는 회사를 비교 분석해서 갈 수 있는지, 내 경험을 이야기해보겠다.




대부분의 영국 회사들은 서면 오퍼를 주기 전에 전화로 합격 소식을 알리는 편이다. HR 담당자가 축하한다며 합격 소식과 함께 오퍼를 주면서 연봉을 제시한다. 연봉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상대로부터 원하는 범위가 뭔지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물론 전화상으로 받은 연봉이 내가 생각한 연봉 범위보다 훨씬 높은 경우, 즐겁게 그 자리에서 수락을 하면 된다. 그런데 연봉이 정해지지 않았거나 연봉이 내가 생각한 범위보다 낮은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1. 나의 영국 첫 취업 이야기 (코로나 전)


취업팁 하나. 계약서에 사인을 안 한다면 그 오퍼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브런치에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 나의 첫 영국 오퍼는 인턴십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 졸업식도 하기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집을 구하고 보증금과 첫 월세를 내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린 통장 잔고를 보고 카페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월세를 내고 카페 쉬프트가 끝나면 취업준비를 하는 말 그대로 하드코어한 일정이었다. 당시 나는 정규직 전환형 인턴십 + 정규직 가리지 않고 지원서를 냈었는데 가장 먼저 인턴십에 합격을 했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었고 평균 인턴이 받는 월급보다 훨씬 더 높은 월급을 줬다. 런던 소호 중심에 위치한 디자인 에이전시였다.


그런데 공고와 면접 당시 모두 출근 시작일을 최대한 빨리 투입이라고 명시해놓고, 서면으로 출근 시작일을 조정하려고 하니 자기들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출근일을 다음 해 1월로 미루어버렸다. (당시 오퍼는 10월쯤 받았다.) 나는 한정된 비자가 있는 외국인이고 내게 있어서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였다. 게다가 1월에 시작을 한다면 월급은 1월 말이 돼서야 받을 것이고, 그럼 나는 10월부터 적어도 12월 말까지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나는 대학을 다니거나 휴학을 하며 온갖 임시직, 계약직 + 정규직을 해줄 것처럼 해주면서 결국 안 해주는 단물 빼먹는 인턴십들을 여러 번 한 터라 그런 회사의 행태에 진저리가 난 상태였다.  


이는 내게 용납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출근 시작일은 서로 상의해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회사가 통보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서면으로는 인턴십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알았다"라고 수락을 했다. 그리고 빠르게 다른 회사로 구직을 시작했다. 그러고 한 달 후 훨씬 더 좋은 조건의 투자회사에서 합격을 했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쳤다.


그렇게 이전에 미리 합격한 디자인 에이전시에는 오퍼를 거절한다고 정중히 통보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으면 그 오퍼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이메일만 받았을 경우, 내가 일을 시작할지 안 할지, 사실 아무도 알 수 없고 회사에서 말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퍼를 받았고 이 회사를 정말 가고 싶다면 정말 빠르게 HR로부터 계약서를 받아내 사인을 해야 한다. 그러면 법적 효력이 생긴다.




2. 나의 영국 재 취업 이야기 (코로나 후)


코로나로 인해 심해진 회사들의 갑질


영국 회사에서 경력이 생긴 덕분일까? 코로나로 인해 취업난이 극심했지만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재취업 당시 4곳의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그러나 구직자는 많고 구인하는 회사는 너무나 적은 상황에서 공고와 인터뷰 이후로 말을 바꾸고 조건을 계속 바꾸는 회사 갑질과 파렴치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처음 받은 오퍼는 영국에 위치한 한 스타트업이었다. 전화로 오퍼를 받았고 연봉이 결정되지 않아 연봉을 협상하는데 또 일주일이 걸렸다. 그런데 계약서를 독촉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2-3주가 지나도록 계약서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경험을 말미암아 계속 다른 회사와 인터뷰를 진행을 했고,


 번째 오퍼를 받았다. 영국에 위치한  보험회사였다. 그런데 이 보험회사는 정규직이라고 공고에 명시를 하고 인터뷰도 계속 진행을 했는데, 마지막 최종 인터뷰를 끝내고 3-4일 후 갑자기 또 회사의 CTO와 최종 인터뷰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정에 없는 채용 단계 추가에 너무나 화가 났지만 우선 진행을 했다. 3-4일 내에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또 연락이 없었다. 여러 번의 독촉 결과 전화를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원래는 정규직이었던 것이 현재는 6개월짜리 계약직으로 바뀌었다는 게 아닌가. 계약직으로 결정이 되고나면 계약서를 주겠다는 HR의 말에 여기도 우선 알겠다고 답을 하고 다른 회사와도 계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렇게 세 번째 받은 오퍼는 현 직장인 은행이었다. 전화로 오퍼가 왔다. 당시 나는 슈퍼에서 장을 보던 중이었는데, 지원서를 넣을 때도 그렇고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고 너무 조건이 좋은 회사라서 내가 합격을 할 거라 생각을 못했다. 너무나 높은 연봉, 정규직, 레퍼런스 체크가 끝나고 한 달 후에 근무 시작, 취업비자에 대한 약속, 다양한 복지 등등을 전화로 받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오퍼를 수락했다. 너무나 힘들었던 상황에서 너무나 믿기지 않는 조건에 내가 너무 신나 하자 전화를 한 HR 담당자도 같이 기뻐하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이틀 후에 마지막으로 받은 오퍼는 영국 NHS와 협력해 의료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였다.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이 에이전시는 너무나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사람이 급한 상태였고 서류전형, 면접, 디자인 과제까지 모든 것을 2주 안에 초고속으로 빠르게 해결했다. HR로부터 연봉을 제시하는 연락이 왔지만 당시 현 직장인 은행으로부터 계약서가 오지 않은 터라 우선 전화를 받았는데 제시한 연봉이 현 직장보다 훨씬 적어 최종적으로 오퍼를 거절했다.




현 직장을 다니기까지 참으로 다사다난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번 직장을 잡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안정적인 나날들의 연속이지만 모든 취업의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이직을 하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돌아갈 직장이 없이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온갖 고지서, 게다가 먹여 살려야 할 가족까지 기다린다면 그 시간에 대한 압박은 더하다.


나도 여기에 대한 답은 없다. 부딪히고 깨지고 화도 나고 그렇지만 다시 도전하면서 그렇게 현재 직장을 잡았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나의 직장은 정말 Dream job 이다. 워라밸, 팀원, 연봉, 배움의 기회와 가능성, 회사의 네임밸류.. 모든 것에서 만족하고 있다.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더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힘빠지고 희망고문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의 케이스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혹시나 취업이 안돼서 힘들어하거나, 나처럼 오퍼를 받았는데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써본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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