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진행 과정
영국 프로덕트 디자이너 (UXUI 디자이너) 취업비자받기 시리즈
지난 2편(https://brunch.co.kr/@silver-rain/124) 에 이은 3편입니다.
1. 취업비자를 해줄 수 있는 스폰서 회사 찾기
2. 취업비자에 필요한 자격과 서류
3. 취업비자 진행 과정
4. 취업비자 수령 후기
드디어 이번 주에 Home Office로부터 취업비자 승인을 받았습니다. 총 5년을 받았고, 5년 후 영주권 신청자격이 주어집니다. 영국에 오기 전부터 미리 계획을 하고 너무 오랜 시간 이 순간을 꿈꿔오고 그려온지라 막상 받고 나서는 실감이 잘 나지 않네요! 2년 사이에 정말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실패, 좌절과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부모님 돈 한 푼 받지 않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받아낸 취업비자라 의미가 큽니다.
2020년 9월-10월 총 4곳의 회사에서 오퍼(최종 합격)를 받고 현 회사 계약서에 최종 사인
(당시 1곳의 회사는 취업비자 가능성에 대해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하였고, 1곳은 취업비자 지원 불가, 나머지 2곳은 취업비자 가능하며 이미 취업비자 라이센스를 따놓은 상태. 취업비자 가능성이 더 높은 2곳 중에 다른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여 현재의 회사를 선택)
2021년 1월 초 취업비자 진행에 대한 필요성을 매니저와의 1:1에서 첫 언급
2021년 2월 말 사내 취업비자 HR 담당자 배정
2021년 3월 초 Certificate of Sponsorship 진행을 위한 서류 진행
2021년 3월 말 Certificate of Sponsorship 발급
2021년 4월 초 Skilled worker visa (구 Tier 2 = 취업비자) 서류 온라인 제출
2021년 5월 초 비자 인터뷰 참석
2021년 5월 말 Home office로부터 공식적인 취업비자 승인 및 발급
회사가 취업비자를 진행하겠다는 구두 또는 서면 약속을 했고 현 회사가 스폰서십 라이센스를 소유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닙니다. 또 넘어야 할 산이 있죠. 취업비자 스폰서를 해줄 수 있는 회사 찾기는 이미 1편에서 서술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취업비자를 받는 과정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Q&A 형식으로 답변하겠습니다.
취업비자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몇 주가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에요.
영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아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들의 일처리를 믿으면 안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취업비자를 진행하기로 매니저와 매니저의 매니저까지 약속이 됐는데,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실수로 취업비자 HR 담당자 배정에 거의 두 달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취업비자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소식이 없다면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담당자가 배정이 된 건지, 담당자가 배정이 안됬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쯤 담당자를 배정받을 수 있는지.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는 계속해서 진행상황을 체크해야 합니다.
담당자가 배정이 되고 나서도 진행해야 할 서류에 대해서 계속 주도적으로 본인이 확인하고 상황을 업데이트받아야 합니다. 취업비자 담당자나 부서가 사내에 있어도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을 수 있고, 우선순위에 밀려서 일 진행이 세월아 네월아 늦어질 수 있는데 그럼 결국 피해를 받는 건 본인입니다. 사측의 실수로 취업비자를 못 받아서 영국을 떠나는 경우,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계약직은 취업비자를 못받나요?
계약직, 정규직(permanent) 모두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내 비자만료기간이 있다고해서 정규직 계약서를 못받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회사 취업당시 비자 기간이 10개월 정도 남아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규직(Permanent)로 계약서를 미리 받아서 사인했습니다. 가끔 계약직은 비자를 못준다고 난리치는 회사들이 있는데, 그건 그 회사만 그런 것 뿐입니다. 회사의 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세상은 넓고 취업비자를 해줄 수 있는 회사는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현재 수습기간(Probation)을 통과 안 했는데 취업비자 이야기를 꺼내도 되나요?
네, 상관없습니다. 취업비자를 한국에서 받아서 영국에 비행기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프로베이션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다양한데, 저는 6개월이었지만 취업비자 이야기를 6개월이 되기 전에 미리 꺼냈고 그래서 6개월이 되기 전에 매니저가 제 수습 통과를 미리 승인했습니다. 물론 3개월 수습기간을 끝내고 리뷰하는 시간에 취업비자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하지만 수습 통과가 필수는 아닙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가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없는데 취업비자를 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없다고 해서 취업비자를 못 받지 않습니다. 다만 사측에서 취업비자를 진행한 경험이 없으면 서류 작업이 미숙해 진행이 느리거나 실수를 해서 취업비자 시기가 늦춰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최소 8개월-1년의 시간을 두고 회사의 스폰서십 라이센스 신청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합니다. 스폰서십이 이미 있는 회사와 취업비자를 진행해도 평균 4-6개월을 잡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가 취업비자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있고, 취업비자를 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까요?
본인이 생각하는 취업비자 진행시기가 왔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니저와 1:1 면담을 잡는 게 시작입니다.
1. 취업비자에 대한 설명과 그것이 내게 필요한 이유
2. 취업비자에 대한 사내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회사마다 다릅니다.)
3. 취업비자 프로세스를 빨리 진행할 것을 요구
1번을 설명하면 좋은 이유는, 대부분의 영국인 또는 취업비자 없이 정착한 유럽인들은 취업비자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취업비자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내에서 그런 케이스를 듣거나/봤으니 이 경우도 되겠지 싶은 마음에 인터뷰에서 "yes"라고 말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아요. 그래서 이미 취업비자를 진행해 본 매니저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흔치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 매니저들이 알겠다고 하고 관련 일에 착수할 것입니다. 그럴 때 일주일에 두 번씩 귀찮더라도 계속 진행상황을 물어보세요. 빨리 진행상황을 알아야 혹시나 취업비자가 안되더라도 다른 회사로 빠른 이직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취업은 시켜줬는데 미래의 취업비자 가능성에 대해 모호하게 이야기를 한 경우
이럴 때도 본인이 생각하는 취업비자 만료시기가 다가오면 매니저와 1:1 면담을 빠르게 잡습니다.
1. 취업비자를 해줄지 말지 (즉 다시 말해 취업비자에 대한 현재 회사의 입장은 어떠한지)
2. 취업비자가 조건부 가능이라면 취업비자를 받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회사 내에서의 성과, 목표 달성 등 대한 약속)
3. 그리고 조건을 맞추었을 때 취업비자를 주겠다는 회사로부터의 약속
이 3가지를 이야기해보는 게 좋습니다. 첫 번째에서 바로 NO 가 나온다면 빨리 단념하고 다른 회사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만약 취업비자가 협상이 가능하고 조건부라면, 그 조건을 내가 어떻게 맞출 수 있는지 회사와 상의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약속한 결과를 내서 취업비자를 받아야겠죠.
(물론 저는 이런 외국인 착취적인 방식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취업비자에 열려있는 회사들은 웬만해서는 조건 없이 바로 취업비자를 주려고 하거든요.)
회사가 취업비자를 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신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취업비자를 진행하기 위해서 2년간 취업비자를 받은 다양한 케이스를 봐온 결과, 그 어떤 것도 취업비자를 무조건 받게 해 준다는 보증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1. 회사가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있고 사내에 취업비자를 이미 받은 사람들이 존재했으나 본인의 취업비자를 못해준다고 하는 경우
2. 회사가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있고 인터뷰 당시에도 취업비자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막상 취업비자를 받을 시기가 되자 말을 바꾸는 경우
3. 회사가 스폰서십 라이센스가 있고 실제로 취업비자를 회사와 진행하고 있었으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나 사측의 실수로 취업비자 발급이 거절된 경우
4. 회사가 스폰서십 라이센스도 없고 규모도 작았지만 끝까지 취업비자를 진행해 성공적으로 취업비자를 받은 경우
이 네 가지 케이스가 모두 존재합니다. 결국 내가 Home office로부터 확실한 취업비자를 받기 전까지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취업비자 진행 확정 약속을 받았고 비자를 지원받는 동료들을 회사 내에서 계속해서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취업비자를 진행해줄 HR 담당자를 배정받기 전까지는 마음 한편이 불안한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한번 프로세스를 시작한 이후로는 취업비자 승인이 될지 말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예 걱정을 하려 하지 않았어요. 마음을 편안하게 먹었고 실제로 취업비자를 진행하는 최근 두 달간 큰 스트레스 없이 수월하게 넘어간 편입니다.
혹시나 취업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다시 넣을 수 있게 시간에 여유를 두고 미리 신청을 하기도 했고 런던에서의 2년간 정말 원 없이 피나는 노력을 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취업비자가 안된다면 한국에 돌아가는 것도 상관이 없었다는 마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