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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Nov 07. 2020

내가 깨달은 영국의 직장문화

한국과는 어떻게 다를까?

투자회사와 은행.


숫자와 계산을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던 제가 금융권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금융권은 다른 분야보다 딱딱하고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있죠. 제가 현재 근무하는 은행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일반적인 직장들은 제가 일했던 그 어떤 한국의 회사들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제 영국에 거주한 지 1년 하고 3개월이 다 돼가고, 런던에서의 한 번의 이직을 거치며 이제 나름 런던 직장 문화의 공통점이 보이는 듯합니다.  


한국의 직장 문화가 집단주의가 강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시피 영국은 개인주의가 강합니다. 다만 이걸 일상생활에서 겪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영국의 직장 생활은 어떤지, 막연하게 보다는 자세하게 이번 글에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요구하거나 물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서 안 해준다.  


회사를 다니며 놀랐던 것은, 아무리 신입으로 들어갔어도 한국처럼 사수가 1대 1로 붙어서 일일이 가르쳐주는 문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회사를 다니다가 외국 회사를 다니면 이런 것이 굉장히 정 없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제 생각엔 여기 사람들이 무관심해서라기 보다는 남을 판단하거나 가르치려는 것을 조심하려는 성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번 도움을 요청하면 세심껏 잘 도와주기 때문!)


아무리 경력이 짧은 신입이라도 면접같은 검증과정을 거쳤다면, 한 명의 독립된 Professional로 일할 수 있고, 언제든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굳이 요청하지 않는 도움을 내가 알아서 주는 게 무례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대부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영국의 회사들이 한국보다 위계질서가 수평적이고, 영어를 사용한다는 언어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어에서는 상사의 이름을 부르는 게 이상하지도 않죠. 굳이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이 사람의 나이를 물어서 호칭 정리를 할 필요도 없고요. ) 이 사람과 굳이 시간을 들여 친해지지 않으면 나이를 알 수 없고, 어떤 학교와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도 알기 힘드니까요.




2. 회의에서는 누가 내 의견을 물어보기 전에 알아서 끼어들어 내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이건 제가 지금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한국은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미팅 때도 돌아가면서 의견을 말하는 형식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가 말하면 중간중간 끼어들기보다는 손을 들거나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죠.


영국은 누군가 발표를 할 때 중간중간 끼어들고 질문을 한다는 것이 이 발표를 집중해서 듣고 있고 열성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보통 누군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 사람이 말할 수 있게 차례를 기다린다거나 동등히 기회를 준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넘어가 버립니다.


한국은 한 의자에 엉덩이 오래 붙여서 조용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영국에서는 그렇게 했다간 저 사람은 미팅에서 별 이야기도 안 하고 평소에 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영국 회사의 인사고과와 승진에 최악입니다. 영국에선 채용, 승진, 프로젝트 내의 많은 의사결정이 토론과 회의를 거치기 때문에, 내 상사뿐만 아니라 내 팀 전체, 동료들에게 내 일을 자주 공유하고, 내가 뭘 했는지 사소한 거라도 좀 떠벌리고 그래야 좋습니다.


그래야 연례 연봉협상과 인사평가에서 내가 A 프로젝트에서 B라는 성과를 주장할 때, 주변에 목격자나 그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야 그게 내 승진에 반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3.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의연하고 여유롭게 넘기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리 워라밸이 좋고 오후 5시 퇴근이 기본인 이 곳의 회사들도 부득이하게 야근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있죠.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일에 과도하게 치여서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모습을 별로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무리 힘들어도 억지로 웃고 괜찮은 척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른데요.


보통 한국 사람들은 바로바로 일을 진행하고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는 편이지만, 여기는 토론이 너무 길어지거나 미팅에서 결론이 안 나면 억지로 그걸 푸시한다기보다는, 한숨 딱 쉬고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이러고 여유롭게 다음으로 넘기고 미루는 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 회사들이 일처리가 느리죠..)


너무 타인을 푸시하고 압박하고, 그래서 나는 일에 치이고 여기에 너무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보다..

나는 일이 좀 힘들더라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그냥 의연하게 넘긴다, 라는 인상을 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이면, 이게 내가 내 일을 제대로 내 손안에 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overwhelmed, 일에 깔아 뭉개져있는 것 같은 상태..)을 준다고 여기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다 내 손안에 있고 내가 처리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일 야근하고 일을 너무 많이해도, 자기 관리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1. 일을 제시간에 못 끝내거나 2. 일 외에는 자기 사생활이 따로 없거나 3. 일이 너무 많은데 상사에게 일을 줄여달라고 말을 못 하는 겁쟁이.. 이 셋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는 한국과는 달리 일의 많고 적음에 대해서 내가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애초에 주어지는 일 자체가 한국에 비하면 훨씬 적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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