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마케팅, 마케터
“나는 농구를 시작한 이후로 9,000개 이상의 슛을 놓쳤고, 거의 300경기에서 패배했다. 승패를 결정짓는 슛을 놓친 경우도 26번이나 된다. 나는 인생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다” – Michael Jordan. G.O.A.T
우리가 하는 일에는 여러 결과가 뒤따른다. 여러 결과중에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바로 ‘실패’다. 시장에 선보여지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대부분은 실패한다. 유능한 사람들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해도 거의 대부분 실패하고, 이내 사라진다.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 글로벌 기업들도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사례가 있다. 일본의 만물상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서 신세계가 내놓은 야심작 삐에로 쇼핑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철수했고, 성공적인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시된 코카콜라의 뉴 코크는 소비자의 뭇매를 맞고 사라졌다. 펩시콜라의 크리스털 펩시, 맥도날드의 맥랍스터, 훌라버그, 맥스파게티, 아마존의 지숍, 파이어폰과 같은 제품들도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지구 최고의 천재들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구글도, 규모와 관록을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이다. 브라우저를 열고 Google failures, Microsoft failures를 검색해보라. 구글 웨이브, 구글 버즈, 구글 글래스, 자이쿠 등등 수많은 그들의 실패사례가 검색될 것이다. 핀터레스트 서비스에는 아예 구글 묘지(Google graveyard), 마이크로소프트 영안실(Microsoft Morgue)라는 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유능하고 전문적이고 매우 많은 경험을 가진 분야별 최고의 기업들도 실패를 많이 한다. 그러나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이들이 실패를 하게 된 원인에 대한 것이다. 난 위와 같은 최고의 기업들, 최고의 브랜드들이 실패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시도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 기업들은 안타깝게도 실패를 반드시 피해야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성공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 길에는 쉽게 발걸음을 내딛지 않는다. 그래서 시도하지 않고, 그래서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실패하는 것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시도의 대부분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우리는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실패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았던 개선점과 수정의 방향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패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깨우칠 수 있다면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구글은 실패에 대해 관대한 조직문화를 기른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들은 실패가 혁신의 불가피한 부산물임을 알고, 인정했다. 그리고 시도를 장려하기 위해 실패한 팀에게 보너스를 지급해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구글이 여전히 천재들의 집단,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업으로 지구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성공한 프로젝트는 축하하고 실패한 프로젝트는 선샤이닝하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선샤이닝은 실패의 과정과 원인을 스스로 철저히 분석하고 교훈과 개선점을 찾아 조직 내부에 공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렇게 실패에서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내부 구성원에게 공유된다면 다음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마존은 예산이 “실패”라는 항목을 배정해두고 실패가 예견되는 많은 일에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실패에서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시도를 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성공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몇 번의 큰 성공은 효과가 없었던 수십 번의 실패를 보상해준다. 실패를 포용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 존폐의 기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모한 도박뿐이다. 반면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기업은 그것이 큰 모험이라도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도박은 아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나는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던 유명 기업들의 실패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업들이 내놓는 제품 한 두 가지가 실패해도 그것은 그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완전히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선택의 기회가 매일같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선택도 그리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그리고 기업들이 겪는 대부분의 실패는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고 극복 가능하며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정도의 실패일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와 사업 포트폴리오가 갖춰진 큰 기업의 경우일수록 더욱 그렇다.
실패와 혁신은 불가분의 쌍둥이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 물론 시도는 대부분의 경우 실패를 동반한다. 그러나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다면 혁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조직구성원에게 혁신을 포기하자고 말할 수 있다면 시도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혁신과 새로움,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적어도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창의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감히 단언컨대 지구상의 거의 모든 회사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혁신적인 발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식이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조직의 모든 곳에서 발명과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업문화와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도해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그 다음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내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불이익 없는 위험 감수라는 기업문화를 확립시켜야 한다. 직원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고, 우리는 실패하지 않아야한다라고 말하는 기업은 스스로 성공하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두려움이나 방해 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수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인 조직이 될 것인지 굳이 비교해 볼 필요가 없다.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사업의 성장도 위험하다. 삶도 인생도 위험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위험에 굴복하여 전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인가?
아마존은 지숍(zShop)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지숍이 사라졌음에도 살아남은 아이디어는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여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아마존에게 한 분기에 1.7억달러의 손실을 안겨준 파이어폰. 처참한 결과였지만 여기서 남긴 기술과 노하우는 살아남아 아마존 에코 하드웨어와 알렉사에 집어넣어 결국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이끌어냈다. 구글은 수많은 실패를 딛고 여전히 업계를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코카콜라도 여전히 정상의 지위에 서있다. ‘레스케이프’와 같은 호텔 사업, 미국 슈퍼마켓 시장 진출, 소주 ‘푸른 밤’, 헬스앤뷰티 스토어인 ‘부츠”등 수많은 실패 경험을 쌓은 신세계를 과연 누가 무능한 조직, 실패한 브랜드로 말할 수 있을까. SSG닷컴, 스타필드와 같은 히트 상품이 과연 맨 땅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기업들이 실패확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조직 내부에서 필요이상으로 많은 고민과 고려를 하고, 불안이 확신으로 바뀔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고 있다. 확신으로 바꾸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틀렸다. 조직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끙끙 싸매고 있는 동안 세상은 바뀌고, 시장과 소비자, 경쟁자도 달라진다. 심사숙고한 끝에 나온 느려 터진 의사결정보다 한 발 빠른 시도, 즉 시장의 평가를 신속히 받아보고 기민하게 적용하는 편이 성공확률이 더 높다. 진정한 실험은 진짜 시장에 내보는 것이다. 제품에 치명적인 결함이나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우선 시장의 평가를 빨리 받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시장조사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시장조사가 항상 맞다면 실패할 제품은 없을 것이고 마케터가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시장조사의 결과와 신제품의 성패는 사실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시장조사에 목을 메는 이유는 그것이 미래를 예측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 더 클지 모른다.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하고 소비자와 시장의 냉정하고 현실적인 진짜 평가를 받는 것. 거기서 나온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고 또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는 것. 이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공에 가까워진다. 물론 실패는 즐겁지 않다. 그러나 실패에서 깨달은 바를 자양분 삼아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느 실패도 즐겁지 않다. 하지만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가 베조스가 말한 이유는 실패의 중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몰라서,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러나 그러나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시도하지 않으면 알 수조차 없다. 시도하고 실패하라. 단, 성공적으로 실패한다면 성공에 그만큼 더 다가가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단숨에 쟁취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아니다. 끊임없이 실패하고, 포기하지 않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 완벽 그 자체가 아니라 완벽해지기 위한 끊임없는 개선. 그 여정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한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성공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대투수 크리스티 매튜슨은 “승리에서는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에서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