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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스터 Jul 30. 2020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

영화 '암살'을 보고 떠오른 이야기


 노덕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마쓰우라 히로라는 이름을 쓰고 살았던 조선인 노덕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숨어있는 독립운동가들을 색출하고, 고문하는데 독보적인 능력을 자랑한 고문기술자였다.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고문 방법에 대한 책에 실려있는 고문법의 칠 할은 그가 개발한 것이었고, 그가 동포들을 고문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가 고문을 하면 할수록 그의 삶은 윤택해졌고, 갈수록 잔인해지는 그의 고문에 신간회의 간부 박일형도, 동맹휴교를 통해 학생운동을 했던 김규직, 유진홍 등 어린 학생들도 쓰러져갔다.


 1945년 독립이 되었을 때, 모두 이제는 그가 벌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는 보란 듯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은 정도가 아니라, 수도경찰청 수사과장에 기용되어 좌익분자 검거를 주도하는 반공투사가 되었다. 그리고 전설적인 독립운동가였던 약산 김원봉을(영화에 나온 그 김원봉이다. 조승우 분) 잡아다 빨갱이로 몰았고, 잔혹하게 고문했다. 그 후로도 그는 육군 범죄 수사단장, 서울 범죄수사대 대장 등 고위직을 계속 맡으며 승승장구 했고, 대한민국의 기득세력으로 평생을 살았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극중 염석진(이정재 분)을 닮은 노덕술이라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였다. 영화 말미에 염석진이 자신을 비난하는 군중에게 일갈했듯,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되려 떳떳하게 자신이야말로 애국자라고 믿었던 그와 같은 사람이 한 둘이었을까.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독립운동가에 대한 영화를 보고, 광복 70주년이라고 방송에서 떠들어 대도 변하는 것은 없다. 수 많은 노덕술과 염석진들이 이 곳에 살아남았고, 아니 누구보다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득세하고 있고, 독립유공자 후손의 대부분은 여전히 연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이 양극단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간다. 겉으로는 말이다.


 지금 당장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바로 기억하는 것. 우리가 직접 안옥윤(전지현 분)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기억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아직 이 땅에 또 다른 노덕술과 염석진이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불꽃처럼 들고 일어나 재가 되어 스러져간 이름 없는 구국의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


 새삼 애국심을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땅의 자유는 이름 없이 사라져간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것은 잊고 살지 말자.

      

 1968년, 일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노덕술은 단 한번도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해 벌을 받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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