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경험이 많을 수록,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모른다고 서툴다고 낯설다고 인정하고 가르쳐달라고 보여달라고 경험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가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여전히 학력 지상주의가 만연해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오죽하면 "가방 끈이 짧다"라는 표현이 존재하고, 또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세태가 있겠는가? 아무튼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고 소위 '윗 사람'이 될 수록 어떤 사안에 대해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못하고 민망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간단하다. 모르면 말하지 않고, 듣고 배우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또 잠자코 있는 절대 못견디는 민족아닌가? 의견이 없는 것은 존재감이 없는 것이고 존재감이 없으면 권위가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의견을 만들어낸다.그런데 의견을 뒷받침할 지식이 부족하니 문제인데, 모른다고 털어놓고 배우면 될텐데 그건 부끄러우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고 고백하기 보다는 편협하고 특수한 개인의 경험으로 사안을 정의내려버리고 아는 척을 한다. "내가 해봐서, 들어서, 봐서 아는데"등등의 유사한 표현으로 시작되는 말들 가운데 딱히 쓸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은 우리도 이미 전직대통령을 통해서 잘 알고있지 않은가?
소위 "꼰대"들의 이런 행동은 무지함을 드러내서 상처입을 존재에 대한 방어기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반박당하지 않을거라는 '능력이 아닌 권위에서 비롯된' 안전함 탓도 존재한다. 젊고 사람들이 대개 상대적으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잃게될 권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모습 자체가 상급자으로서의 권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심리적 장벽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오히려 적게 아는 것을 많이 아는 것처럼 치장하는 것은 금새 탄로나기 마련이다.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모르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거나, 개인의 경험과 편견을 뒤죽박죽 섞어가며 큰소리 치는 사람들을 우리는 살면서 셀 수 없이 많이 보고있다. 내가 이것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모를 것 같은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조금 아는 것을 과장해서 아는 척하는 동료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으며 늘 채우려 노력하는 동료. 어떤 태도가 개인의 성장을 위해 가져야할 올바른 태도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어느 쪽에 존경심과 동기부여를 느끼겠는가?
경험과 연륜이 많은 베테랑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 모든 사안에 대해 지식과 경험, 노하우와 견해가 있어야한다는 압박감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이야기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만이 가능하다. 공자께서는 제자 자로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 유식이고 그것이 지혜다.
그러니 이제 좀 더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하고 더 적극적으로 가르쳐달라고 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