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포지셔닝이 흔히 제품의 속성에서만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시장내 경쟁중인 제품간의 차이가 크지 않고, 소비자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중 제품력의 비중이 크지 않을 때는 제품의 속성에서 기인하는 포지셔닝을 고집하는 것은 내 브랜드를 시장 내 존재하는 '평범하고 특색없는' 브랜드 중 하나일 뿐으로 위치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저가형 커피 음료 시장의 경우가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시장은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의 차이가 없는 시장이고, 저마다 비슷한 가격, 비슷한 프로모션(1+1), 비슷한 유통구조(편의점 중심)를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간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이런 시장일 수록 브랜드 파워가 구매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고급 시장에만 브랜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포지셔닝을 제품의 속성에서 잡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제품의 포지셔닝은 제품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에서도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핵심 타겟에게 소구될 수 있는 가치를 재빨리 선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겠다.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이라도 그것을 날카롭게 갈아서 장기간 일관성있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고, 결국 소비자 인식속에 박히는 브랜드 이미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강화되면 브랜드 고유의 포지셔닝이 된다.
시장의 핵심 타겟이 20대후반-30대초반 남성이라면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문화와 사상이 무엇인지 늘 모니터링하고, 이 중 어떤 것을 고를 때 파급력이 가장 크고 이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케터는 제품만 만들고 파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제품이 아닌 가치를 만들수도 있어야 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팔 수도 있어야 한다. 제품이 아닌 가치를 팔 수 있을 때 소비자는, 특히 밀레니얼과 젠지들은 고객에서 팬으로 진화한다.
레드불이 다른 브랜드들은 범접하기 힘든 강력한 연상 이미지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제품의 맛이 크게 달라서가 아니며, 파타고니아가 다른 브랜드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것은 옷의 질이 훨씬 더 좋아서가 아니다.
타겟들이 중요시하는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분석하고, 그 중에서 경쟁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그리고 내 브랜드와 연결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을 만한 가치를 선별하고 재빠르게 소비자 인식을 선점하면 경쟁 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는 포지셔닝을 획득할 수 있다.
우리 커피의 맛이 더 부드러워요 같은 것은 포지셔닝이 되어서는 안된다. 며칠 뒤 경쟁사의 다른 제품이 "아니에요 우리가 더 부드럽다구요"라고 외칠 테니까 말이다.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것은 좋은 포지셔닝이 아니며, 제품의 속성만이 아닌, 타겟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출발하는 것도 좋은 포지셔닝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