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차별화라고 답하겠다.
차별화는 즉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의 궁극적인 목표는 브랜드 명이 같은 제품군 전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되도록 만들고, 소비자가 그 브랜드 명을 일반명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떤 제품군을 떠올렸을때 특정 브랜드가 떠오른다는 것은 소비자 마인드에 가장 강력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브랜드명이 일반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아스피린, 크리넥스, 맥심, 햇반, 대일밴드, 포스트잇, 샤프, 요플레, 스카치테이프까지 아직도 각자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이 브랜드들은 브랜드의 일반명사화라는 포지셔닝 궁극의 지점을 달성한 사례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때 기존 브랜드를 레버리지하는 전략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한다. 어떤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있다는 것은 그 것은 뭔가를 상징했기 때문이고, 그 것은 곧 그 이름이 이미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어떤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브랜드 확장은 필연적으로 소비자 인식속에 있는 그 포지셔닝에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보통 새로운 브랜드는 위험부담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체로 기존의 브랜드를 확장하는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하나의 이름이 두 개 이상의 제품을 상징할 때 일으키는 혼란은 브랜드의 강도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약화시킨다.
보유하고 있는 성공적인 브랜드를 다른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화됨으로써 브랜드가 향상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브랜드 확장은 이미 확보한 브랜드 자산에 손상을 입히곤 한다. 확장으로 새롭게 형성된 연상 이미지가 기존의 강력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캐드버리는 원래 맛있는 초콜릿과 사탕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으나 분유, 스프, 음료로 확장되면서 맛있는 초콜릿과 사탕이라는 고유의 연상 이미지가 약해졌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캐드버리를 초콜릿 브랜드로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한다. 과도한 확장이 브랜드를 너무 평범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비누 시장에서 강력한 포지션을 획득하고 있던 도브가 주방용 세제 시장에 진출했을 때, 크림이 풍부하다는 도브의 메시지는 새로운 시장에서 단순한 기능적 편익도 제공하지 못했다. 도브는 브랜드 확장에 실패하자 결국 가격을 낮추었고, 이것은 결국 도브 브랜드에 또 다른 부담을 주었다. 또 브랜드 확장은 기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썬키스트는 푸르트 롤(Fruit Roll)이라는 젤리로 제품을 확장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건강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성급히 확장된 브랜드들은 소비자 마인드에서 독립된 포지션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잊혀지기도 쉽다. 오리지널 브랜드의 위성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P&G가 개별 브랜드 전략을 쓰는 이유이다. 그들은 이미 확립된 포지션을 움직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들도 화장용 비누인 아이보리의 강력한 포지션을 세제에 이용해서 아이보리 세제를 도입하자는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했다면, 그것은 소비자 마인드에 자리잡은 아이보리 기존 포지션의 변화로 이어졌을 것이다. 대신 그들은 타이드라는 세제 브랜드를 만들어 출시했다. 식기용 세제를 개발했을 때에도 타이드 식기용이라고 하지 않고 캐스케이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소비자의 마인드 포지션을 변화시키는 것이 신제품을 런칭하고 인식시키는 것보다 더 힘들고 비싸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각자의 세그먼트에 최적화된 날카롭고 선명한 포지셔닝으로 승부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다른 시장에서나 강력했던 포지션을 갖고와서 활용하는 것은 사실 매우 확률 낮은 싸움이 될 수 있다. 타이드는 옷을 '하얗게' 만들어주고, 치어는 '하얀 옷을 더욱 하얗게' 만들어주며, 볼드는 '옷 빛깔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는 식으로 자사 브랜드가 소비자 마인드에 독특하게 자리잡도록 각각의 제품을 매우 면밀하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P&G는 그들이 운영중인 거의 모든 제품이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다.
브랜드의 수직적 확장도 신중을 기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메리어트 호텔은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최고급 호텔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고 있었다. 최고급 시장은 최고의 품격과 자아표현적 편익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포지션을 보유하지 못한 메리어트 브랜드를 상위 시장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메리어트는 리츠칼튼을 사들여 최고급 시장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새로 인수한 리츠칼튼이 메리어트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있고 운영상 시너지가 날 수 있음에도 그들은 리츠칼튼을 메리어트와 연결시키기 않기로 했다. 심지어 메리어트 리워즈 프로그램과도 연결시키지 않았다. 블랙앤데커가 건축전문가를 위한 프리미엄 장비라인 시장으로 진출할 때 디월트(De Walt)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블랙앤데커라는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 것도 같은 이유이다. 흔히 알고 있는 제네시스, 렉서스, 인피니티도 마찬가지다.
저가형 호텔 시장에 진출할때도 기존의 이미 정립되어있는 이미지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메리어트 브랜드를 그대로 확장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취했다. 코트야드, 페어필드 인, 스프링힐 스위츠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 것을 바이 메리어트(by Marriot)로 보증하는 전략이었다. 하향 확장은 다른 어떤 브랜드 전략보다 브랜드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브랜드 이미지는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지 못한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비용과 자원의 부담으로 인해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은 어느 브랜드에게나 존재한다. 다만 오랜 기간 훨씬 더 큰 비용을 들여 형성한 소비자 인식상의 브랜드 포지셔닝에 손상이나 의도하지 않은 변형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소비자의 인식에 새롭게 무언가를 넣는 것보다 이미 형성된 인식을 바꾸는 것이 훨씬, 훨씬 더 어렵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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