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린 아이와 함께하는 책육아
아이가 발달이 늦으면, 또래들이 하는 일을 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애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예전에 아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조금만 망설이거나 주춤해도, '힘들지', '어렵지' 같은 말을 많이 했어요. 나름 좀 배웠다고,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말을 하려고 그런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저 혼자 책을 읽다가 문득 '책을 읽는 것은 원래 어려운 활동이지만 재미있기도 하잖아? 난 왜 항상 힘들다고만 이야기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인 내가 아이의 독서 능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독서 활동에 대해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부모의 표현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독서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아이들에게 독서 활동을 할 때 어렵지, 힘들지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독서를 힘들고 어려운 활동이라고 느끼게 하는데 영향을 줍니다. 독자로서의 자아 효능감*이 독서 동기를 유지시키는데 매우 중요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나는 끝까지 읽을 수 있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부모님의 격려와 약간의 기술(?)을 통해 키워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릴수록 더 말랑말랑한(?) 상태이므로 쉽게 격려하며 자아 효능감을 높여 줄 수 있어요.
* 반두라의 '자아효능감'
- 학습자 자신이 목표 수준까지 특정 행위를 완수하거나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
부모님께서 하실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은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인데 끝까지 읽었구나!'와 같은 '감정 공감'에 해낸 것에 대한 '격려'를 더하는 것이겠죠. 제 아이처럼 학령기 전 유아라면 한 권 읽는 것을 엄마 옆에서 듣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에요. 습관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럴 때마다 한 권 다 읽은(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들은)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저희 아이도 처음에는 그렇게 책 읽기 시간에 도망갔어요. 이해가 잘 안 되니 듣기 싫었겠죠. 그래도 꾹 참고, 매일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옆에 잘 앉아 있으면, 꼭 안아주며 격려해주었어요. 몇 달이 지나니 이제는 스스로 꾹 참고 앉아서 듣고(조금 산만하긴 하지만), 엄마 질문에도 곧잘 대답해줍니다. 심지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서 저에게 읽어주기도 하고요, 그런 책이 점점 늘어나고요. 저도 이론으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니 신기합니다. ㅎㅎ
그런데 아이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글의 길이가 길어지고, 내용이 어려워지니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납니다. 읽기 독립도 하게 되면 더더욱 칭찬을 하기가 어려워지지요. 발달이 늦는 아이일수록,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아 효능감이 확 떨어질 텐데요. 그럴 때 필요한 기술이 바로 독서 시간 또는 양 정하기입니다.
제가 많은 글에서 강조한 것처럼 독서를 매일의 할 일로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20분 동안 책을 읽어라, 또는 20장을 읽어라 이렇게 시간이나 읽을 분량을 정하실 거예요. 발달이 늦는 아이들일수록 시간을 정하는 게 더 좋습니다. 20장을 읽으라고 하면 대충 읽거나, 글자만 읽고 내용 이해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기 때문이죠. 하루 한 권 읽기 같은 목표가 더 이상 좋은 목표가 아닙니다. 책 읽은 권 수만큼 스티커 붙이기 같은 것도 초등 저학년이면 이제 그만해야 하는 때라고 할 수 있어요.
결국 방법은 시간을 정해주는 것입니다. 10분에서 20분 정도(부모님도 그 시간 동안 같이 읽으시면 효과가 더 올라갑니다!) 꾸준히 매일 독서하도록 하시고, 매일 하는 일이지만 매일 칭찬해주세요. '오늘도 변함없이 20분 동안 앉아서 책을 잘 읽다니 훌륭하다. 끝까지 참고 읽는 모습이 기특하다. ' 이렇게요.
그렇게 시간이 쌓여 한 권을 다 읽어낸 날은 끝까지 읽은 기쁨을 아이와 함께 충분히 나누어주세요. 그런 과정이 매일 쌓이면 아이의 독서에 대한 자아 효능감이 높아지게 되겠지요. '나는 끝까지 읽을 수 있어!' 아이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마음 가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