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마트에 갔어요.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밀가루, 부침가루를 담더라고요. 파와 부추를 담는 사람도 있고요. 그 모습을 보고 오늘 날씨를 보니 저도 부침가루가 사고 싶어졌어요. 오징어도 좀 사볼까 싶고요. 맛있게 부침개 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위의 글을 읽고, ‘오늘의 날씨는?’이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오는 날’ 이라고 말할거에요. 적어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요. 글 속에 ‘비’라는 단어도 없는데 다들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이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추론 능력 덕분이랍니다.
<비 오는 날이라는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추론 과정>
글에서 밀가루, 부침가루, 파, 부추, 오징어 하니 자동으로 부침개가 떠오르고, 부침개는 비오는 날 먹는다는 배경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날씨는?’ 이라는 질문에 ‘비’라고 대답하는 것이죠. 이러한 사고 과정이 추론이랍니다.
정리하면, 추론이란 이미 알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생각하고, 새로운 판단을 하는 사고 방법이에요. 정보는 책에서 읽은 정보일수도 있고,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수도 있어요. 평소 경험이 풍부하고, 배경지식이 많은 아이들이 책을 잘 읽는 이유는 경험과 배경지식이 이 추론 능력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랍니다.
그렇다면 4-7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아이의 추론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몰라서 안 하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다들 먹고 사는 게 바빠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어려울 뿐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간접 경험’이라며 독서를 추천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간접 경험을 쌓기 위해 책을 읽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결국 배경지식과 독서 능력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관계거든요. 배경지식이 많으면 독서가 잘되고, 독서를 잘하면 지식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지만, 배경지식이 없으면 독서가 안되고, 독서가 안되면 지식을 쌓기가 어려우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배경지식과 독서 능력 © paulabassi2, 출처 Pixabay
배경지식이 적은 유아기에 부모님들이 책을 읽어주면서 자꾸 추가 설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랍니다. 아이가 아는 것이 적어서 추론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책의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읽어주면서 설명하는 것이 늘 나쁘지는 않지만, 과도한 추가 설명은 한 가지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혼자 읽고(또는 듣고)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사고하는 방법, 즉 독서 방법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이지요.
독서 방법은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하는 방법이에요. 그러면 독서 방법은 어떻게 가르칠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영유아기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엄마가 추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배경지식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의 많은 육아서들이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그 방법이 통하는 아이들도 있긴 해요. 그런데 반이 넘는 아이들은 그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그 생각하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어하기도 해요.
그러면 어떻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줄까요? 부모님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추천하고 싶어요. 앞에서도 여러차례 소개했던 자문자답하기와 함께 재반응하기, 아이에게 주도권 넘기기입니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세 가지는 다음 글에서 소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