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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은 Nov 02. 2022

반항의 시작

초등 중학년과 함께하는 리터러시 교육

왜 읽어야 되죠? 읽기 싫은데... 안 읽어도 제가 알고 싶은 건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요.
책 읽는 거랑 공부 잘하는 거랑 상관없다면서요? 아침에 책 읽지 말고 문제집 풀라면서요.

초등 중학년은 아이들의 자아 독립의 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니까 저런 말을 부모인 나에게 던진다? 부모의 논리적 결함을 공격한다? 와! 우리 아이 아주 잘 자라고 있다고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이가 이상해진 것이나 나쁘게 변한 것 아니라 잘 자라고 있는 거니까요. ^^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이 기회를 들어 내가 독서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한 번 체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교직에 있을 때,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초 3 담임을 하던 시절입니다)


학부모 : 선생님, 독서교육 전공이시라고 해서 여쭤봐요. 아이 독서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지금 수학 학원도 다녀야 하고, 영유 다니던 것도 아까워서 영어도 놓을 수 없고...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요. 선생님께서 매주 한 권 씩 읽어오라고 하시는 것도 솔직히 좀 부담되어요.
나 : 아 그러시군요. 아이가 책 읽는 게 싫으셔요?
학부모 : 아니요. 책 읽으면 좋죠. 선생님은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그런데 책이 지금 제일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책은 취미 정도로 읽으면서 수학이랑 영어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는데요.

이 대화 보시면 공감하시는 분들 없으신가요? 저는 진짜 부모님 마음 공감했거든요.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취미로 책도 좀 읽으면 좋겠고... 똑똑한 사람은 책'도' 읽을 테니까요.




또 다른 케이스도 있어요. 아이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하셨거든. 그래서 어릴 때처럼 열심히 읽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너 이제 3학년이야,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시면서 이번주 수학 단원평가를 봐야 하니 문제집을 풀라고 하시네? 그래, 이제 문제집을 푸는 걸 좋아하시는구나. 열심히 풀자.

와! 문제집 다 풀었다. 이제 유튜브 보며 좀 쉴까, 하니 뭐라고요? 유튜브 보지 말고 책 좀 읽으라고요? 아오.. 문제집 실컷 풀고 겨우 쉬고 있는데... 그래도 난 착한 아들/딸이니까 어려운 책은 못 읽겠고, 학습만화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그것도 책은 책이니까...

위의 부모님들은 주로 '아이가 학습만화만 읽어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으시지요. ^^


어떠세요? 아이의 반응을 읽으니 혹시 약간 찔리시나요?ㅎㅎ 사실 저도 찔리는 게 많습니다. 인간은 남한테는 왜이리 잣대가 엄격한지 몰라요. 저도 저나, 저희 아이, 저희 반 아이들에게 공부도 잘하면서 운동도 잘하고 놀기도 잘해라! 같은 어이없는 이중적 요구를 했으니까요. 저도 못할거면서 말이에요.



이렇게 부모님들은 독서에 대해서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책은 읽었으면 좋겠지만, 공부를 우선시했으면 좋겠고, 취미 생활을 할 여가 시간에 책을 읽으면 좋겠다 생각하시고요.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 취미가 독서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럼 어쩌라는 거냐고요? 나를 지적하는 거냐고요? 아닙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인정하자는 겁니다. 부모의 이런 마음을 아이에게 털어놓으세요. 그리고 아이가 했으면 하는 것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세요. 아이가 성장할수록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 해내는 것, 하는 과정을 스스로 기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무엇을 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이제는 유아기처럼 그냥 시켜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근거를 가지고 설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본인부터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득이 되어 있으셔야 해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에게 제대로 독서를 하라고 권하고 싶으시다면, 독서가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영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중요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것만큼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에 본인 스스로가 설득되셔야 합니다. 자녀에게 독서를 왜 하게 하고 싶으신가요? 독서의 힘을 믿으시나요? 앞으로의 연재 분을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먼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연재를 통해서 독서의 힘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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