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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은 Nov 09. 2022

읽으면 잘 읽지만 읽지 않는 아이들

초등 중학년과 함께하는 리터러시 교육


초등 중학년 아이들의 독서 패턴을 나누어보면 크게 넷으로 나눌 수 있어요.  


1.여전히 잘 읽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2.읽으면 잘 읽지만 읽지 않는 아이들

3. 읽고 싶어도 못 읽는 아이들

4. 읽고 싶지도 않고 읽기도 못하는 아이들



나의 자녀가, 나의 학생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그 대응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 한명 한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가장 생소한 그룹이겠지만, 요즘에 특히 많이 나타나고 있는 2번 아이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에 대해서 관심이 상당히 많으시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독서교육에 상당히 힘쓰고 계시지요. 심지어 사교육 시장, 입시 시장에서도 국어가 아이들의 입시를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등 중학년 아이들 중 읽기를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고학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중학년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었을 때 읽기가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글의 길이가 길어지고 어려워진다는 이해하기 쉬운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읽기의 연속성이 끊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초3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글을 읽으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교과서에 실린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없고, 책을 읽으라고 하면 읽을 수 있지만 읽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자발적인 독서를 하지 않는 아이인가요? 이런 아이가 바로 2번 그룹 '읽으라면 잘 읽지만 읽지 않는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학문적 용어로 aliteracy 라고 지칭합니다. 읽기 자체에 관심이 없는 그룹이지요. 이 그룹이 지금 현재 초등 중학년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이 그룹에 속해 있다면, 현재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유아기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부모님과 독서를 열심히 해왔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긴 글 읽기를 필요로 하는 고학년이 되었을 때, 어려움이 드러나게 됩니다. 초등 중학년 시기에 꾸준한 읽기를 그만두었기 때문이지요. 





스마트폰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렇다면 많은 아이들이 이 시기에 읽기를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들 스마트폰의 존재를 지적하시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우선 스마트폰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세요.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제 우리 생활과 너무나 밀접해서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스마트폰의 탓은 이제 내려놓아야 할 시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종이책 읽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아이들은 디지털로 된 글을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고 독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읽고, 내가 공유하고 싶은 정보를 나누기 위해 텍스트를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이것이 아주 간단하게 말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시작입니다. 



갑작스러운 독립 


제가 생각했을 때, 아이들이 이 시기에 읽기를 놓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너무 갑자기 독립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유아기의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책 읽기를 지속하십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책을 읽어가지요. 그러다가 빠르면 초등 입학, 늦어도 10살이 되면 갑자기 '이제는 너의 읽기를 혼자 해야 하지 않겠니?'라며 아이들에게 독서의 전권을 쥐어줍니다. 늘 부모님과 읽기를 이어오던 아이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 부모님이 책을 골라주고, 읽어주고, 이해를 위해 설명해주고, 같이 읽기를 해왔지요. 그런 모든 지원이 한 번에 끊어져버리는 것이니 얼마나 힘들어지겠어요? 이것은 마치, 신입 직원이 입사했는데 2-3년간은 일은 아무것도 안 시키고 '자리에 출퇴근만 해라', 하다가 '이제 2-3년 회사 나왔으니까 일 잘할 수 있지?' 하며 갑자기 과장이 해야 하는 일거리를 모두 안겨주고 전임자가 회사를 떠나버리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이없지요? 아이들 입장에도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랍니다. 


그럼 아이들에게 읽기 독립을 시키지 말라는 뜻이냐고요?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전권을 한 번에 넘기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글을 깨치기 시작하기 전부터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글을 깨치기 시작하면 아이와 한 줄 한 줄 나누어 읽어보고요.(여기까지는 잘하시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천천히 아이가 독서를 혼자 할 수 있게 넘겨주시는 것이지요.


© alexisrbrown, 출처 Unsplash



아이 책을 부모님도 읽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아이 책을 부모님도 읽는 것입니다. 아이의 읽기가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부모님이 아이 책 읽기를 멈추시는데, 그것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소통과 대화를 즐깁니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님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데, 그것이 잔소리가 아니면 더 좋아하지요. 아이가 부모님과 책 수다를 원하지 않게 되는 시기가 올 때까지 아이 책을 같이(따로 읽지만 같은 책을 읽는 것)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면 아이의 독서 동기를 유지하기가 정말 좋습니다. 책 수다를 본격적으로 하시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아이가 자기가 읽은 책 이야기를 했을 때 알아듣고 적절한 답을 해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책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당연히 아이와 매일 대화할 거리가 생기니 잔소리도 줄일 수 있어서 일석이조겠지요! 


이것은 학교 선생님들께도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정말 바쁘신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학교 업무 너무 많아요ㅠㅠ),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아이들이 읽는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독서교육과 관련하여 유행하는 다양한 방법들보다, 선생님께서 읽은 책을 아이들에게 권하시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주시는 방법이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책모임을 만들어줘요


만약에 아이 책 읽기가 정말 싫다면, 아이들끼리 책모임을 하도록 모임을 만들어 주시며 권해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핵심은 책을 읽고 소통한다는 데 있으니까요. 학교에서 독서 동아리를 운영한다고 하면 과감하게 다른 일정을 조정해서 참여시켜주세요. 책모임이 한 번에 잘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몇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책에 대하여 생각하고 배우게 됩니다. 


모임 만들기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는 아이 책모임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그냥 그 책을 제가 읽는 게 더 편하고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부모님께 선택을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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