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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Aug 07. 2018

응급실에 오시는 보호자분들께

저는 비록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아닙니다만, 많은 응급의학과 친구를 둔 사람으로서, 언젠가 응급실에 환자 혹은 보호자로 올수 있사람으로서 몇가지 당부를 조심스레 드려볼까 합니다.


1.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지만 기다려야 합니다.


한번이라도 응급실에 와보신 분들은 알겁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는걸. 베드도 없이 서서 기다리는 수백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을 4~5명이 안되는 의사들이 진단, 검사, 치료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당연히 일의 우선순위나 효율성을 따질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먼저 왔는데도 검사가 뒤로 밀리고 의사가 늦게 봐주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그 환자의 생명이 더 위급하기 때문이죠. 의사가 그환자를 더 아끼거나 보호자가 능력, 인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우리 가족이 정말 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받길 원하신다면 의사나 응급실 직원들에게 화내고 재촉하는 대신에, 그들이 자기일을 신중히 잘해낼수 있게 기다려 주세요.


2. 내가 누군지 알아? 병원장 나와!


제발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정치인 재벌들이 갑질할땐 용서가 없던 분들이 응급실에 오시면 왜 그러실까요. 면접보는것도 아닌데 자신의 화려한 인맥, 스펙을 마구 나열합니다. 당신이 붙잡아둔 그 3~4분의 시간은 뇌출혈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며 심정지 환자를 마비없이 되돌릴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3. 너무 자세한 설명을 못할수도 있어요.


보호자들은 어떤 검사를 했는지, 상태는 괜찮은지 차후 치료 계획은 어떤지, 진료비는 얼마나 나오는지 실비 보험처리는 되는지 모두 당장 알고 싶어합니다.

응급실 의사들은 거기 답할수 없어요. 그야말로 1분 대기조니까요. 환자에게 최우선적인 처치를 해서 한숨 돌린후엔 그 다음 환자를 살리러 뛰어갑니다.

가끔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못해드려도 화내지말고 이해해주세요.


4. 절대 의사에게 욕하거나 폭력을 쓰지 마세요.


안타깝고 불행하게도, 응급실에선 매일 사람이 죽거나 상태가 나빠집니다. 어쩌면 언젠가 그게 우리 가족일수도 있어요.

무너지고 슬픕니다. 왜 이런일 생긴건지 머라도 집어 던지고 싶고 다 때려부수고 싶고....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 응급실에서 그래서는 안됩니다.


생명앞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의사는 없으니까요. 2018년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신뢰가 형편없다는것도 알고 이제는 더 이상 의사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란것도 압니다. 물론 거기엔 의사집단의 책임도 있겠지요.

하지만 방금전까지 내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사람에게 정말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주세요.


응급실에서 행복한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습니다. 대부분 괴롭고 불행한 일들이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제일 무섭고 불안한 경험을, 슬픈 기억을 여기서 얻게 될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그렇기에 인간의 본모습들이. 참된 됨됨이들이 드러나는 곳일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생명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가 맞이할 감정은 원망과 좌절감, 분노가 아니라 슬픔을 갈무리하는 의연한 태도와 누군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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