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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박종석 Aug 28. 2018

30대 후반,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수 있을까

요새 어때, 힘들지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야

얘들 땜에 산다 죽지못하고.

누구네 집이 몇억 올랐다더라

누구는 바람나서 이혼했더라

너네 얘는 영어유치원 보낼거냐

푸릇하던 20대, 축구나 스타크래프트 혹은 누군가의 짝사랑 얘기로 밤을 새우던 우리들은 어느새 주식이아파트분양을 고민하는 아저씨들이 되었다.

30대 후반은 애매하다.

더이상 젊지 않은데 충동과 격정을 다스릴만한 성숙함은 아직 없는데 현실에 안주하고 포기하기엔 무언가 아쉽다. 스무살에 그렸던 미래는 이게 아니었는데

이 나이쯤 되면 훨씬 능력있고 여유로운 사람이 될줄 알았다. 외국어를 세개쯤 하고 집은 두채쯤, 주말엔 봉사활동을 다니며 사랑하는 예쁜 아내와 딸,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자상한 남자가 되어있을거라 확신했었다

유감이지만 하나도 제대로 이룬것이 없다.

나름 성실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성공한 친구들, 딸 사진을 보고 아빠미소를 짓는 지인들을 보면 난 멀한거지 싶어 한숨이 나온다.

10대의 행복은 친구들 그리고 대학

20대의 행복은 연애와 취업.

그러면 30대 후반은 어떨까. 얘 키우느라 정신없을 65% 정도의 사람들을 빼싱글이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수 있을까


1. 새로운 직업과 공부에 도전해본다.

같은 일을 10년쯤 하다보면 누구나 지겹고, 매너리즘, 번아웃이 온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월급 받는덴 지장이 없고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대충 파악이 되는 시기이다.

퇴시기가 연장된것을 고려하면 두번째 직업, 새로운 분야를 익히기에  늦지 않았다.


2. 한번도 하지않았던 취미생활을 가져본다

몸치인 이유로 하지않았던 운동이나 배울 엄두조차 못냈던 악기, 그림등을 배울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이 나이에 무슨...이란 생각이라면 오년 뒤 십년 뒤엔 훨씬 어색할것이다.

3. 새로운 모임이나 인간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해본다.

가장 친한 친구들도 몇달에 한번 보기 힘든데 사실 시간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20대만큼 열정이 없고 귀찮아서이다. 내일 출근하는데...주말엔 다들 스케쥴이...단순한 친목이상의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야 모일수가 다. 직장, 대학 동기, 동문들이 아닌 사람들과 일이나 인맥이 목적이 아닌 관계를 만들어보자.


물론 쉽지가 않다. 열정과 체력, 잠재력이 예전같지 않은 탓이리라. 모든게 막연했어도 10대,20대 시절에는 희망이 꿈이 있었다. 지금은 현실과 못이룬 꿈들, 자조감과 미련이 남았다.

딱히 특별한게 없었던 인생이었지만 누구나 그렇잊지못할 첫사랑이라던가 인생의 갈림길이라거나, 크게 돈을 벌수 있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인생이 1월부터 12월까지가 끝이라 한다면

30대 후반인 나는 어디쯤 와있을까. 5월이나 6월의 어디쯤일까.
봄의 끝자락이 지나가버림을 느끼기에 이다지도 아쉬운것일까. 지나온 삶이 행복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그럴듯한 회고도 성공담도 없지만 깨달은것이 있다.

내 실수에 대해 너그러움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것.

남아있는 시간 그 자체가 기회라는것을, 무엇이시도해볼수 있다는 것을.

30대 후반. 인생을 돌아보기엔 이르고 서툴지만 다짐해본다.

사람들에게 좀 더 소중히 대하고 사랑할것을.

스쳐간, 지나친 인연에 연연하지 말것을.

실패에 좌절하고 있을 시간조차 이제는 아깝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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