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2019년 한해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위로해준건, 정신과 의사들이 아니라 이 드라마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17번,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1년에 19일정도는 입원을 합니다...OECD 평균은 1년에 통원치료 7번, 입원은 8일입니다. 다른 선진국들보다 훨씬 건강에 관심이 많고 병원에 자주오면서도, 정신과에 방문하는 것만큼은 아직까지도 그 문턱이 여전히 높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0.3번 정신과에 옵니다. 다른 병원에 50번에 가는 동안 1번도 안 온다는 뜻이지요....1년동안 1900만회의 진료통계가 있지만, 평균 정신과 외래간격이 2주에서 1달이고, 입원환자들이 매일 1건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1년동안 정신과 진료를 1번이라도 받으시는 분들은 아마 80만명이하일 겁니다.
나머지 5100만명의 국민들은 정신과 진료가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아닐겁니다. 아마 타인의 시선이, 혹은 내가 정신과에 갈 정도로 힘들다는 인정하고 싶지 앟은 그 마음이. 어쩌면 마치 정신과에 한번이라도 와버리면, ‘진짜 내가 정신과 환자인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까 두려워서 일지도 모릅니다.
보통 사람들과 정신과 환자를 나누는, 그런 보이지 않는 선. 그 선의 이름이 편견인적도 있었고 선입관이나 트라우마, 자존감인적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우울증에 걸립니다. 살면서 언젠가는 누구나, 반드시.
우울증은 지나치게 열심히 살다보니까 걸리는 병입니다. 내가 너무 애써서, 힘든데도 쉬지 못해서, 무리해서.
<동백꽃 필 무렵>의 시청률 23.8%,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았다는 말입니다. 시청률 1.8% 에 그쳤지만 < 멜로가 체질 > 역시 참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새롭고 독특하고 따뜻한 작품이었습니다. 지겨운 경제난과 취업난, 불황, 강남의 미친 집값, 양극화, 몇십년째 똑같은 정치판. 우한 폐렴
2020년에도 어쩌면 우리는 행복한 날보다 우울한 날이 더 많을 것이고 근심하고, 고민할 일이 더 많을 겁니다. 정신과에 아직 오시지 못한, 모든 아프고 상처받은 분들께 이 두 개의 드라마를 권합니다. 돈 걱정 때문에, 먹고 사는 고민에 노후대책,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잊고 지냈던 첫 사랑, 가족애. 설레임. 우정, 가슴이 먹먹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오르게 해주었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우리는 힘든 일터로, 직장으로, 새로운 고민을 맞이하러 출근할겁니다. 새해에도 역시 힘들고 맘고생할 일들은 너무 많을테지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힘든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기적도, 로또도 아닙니다.
뻔하지 않은 응원과 위로,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등의 진심어린 말들이 모여 우리에게 새로운 진심어린 날들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따뜻함과 추억, 아련한 두근거림과 사랑했던 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고마움을 기억나게 해준 이 드라마에게 감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