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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

by Silverback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던 2000년부터

카메라는 사람들에게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되었고

너도 나도 세상을 담아 보존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남발된 아웃포커싱...


영화이건, TV 드라마이건,

잡지이건, 광고물이건, 유튜브이건...


필름 화면을 한 사람의 얼굴로 가득 채우고

온갖 배경음을 소거한 채

자극적인 욕설과, 비방,

비아냥, 거드름, 허세,

증오, 분노, 조롱이

그 무거운 침묵을 깨고 분출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파랗고 차갑고 날카로운 화면

고요하고 느리며 불편한 텍스트...


화면이건 소리이건,

혹은 인식이건 감정이건

그 아웃포커싱이라는 것은

주변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상을 부각해 상대에게 집중을 강제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집중이 되나?


독자와 청자, 관객을 의자에 앉혀놓고 벌이는

21세기 미디어 고문...

바로 그 아웃포커싱.


기술이라는 것은

인식보다 빠르지만,

발효보다 느리다


그래서 요즘에는

희열을 모르는 사람들이 행복을 노래하고

분노를 모르는 사람들이 증오를 표출한다


사진을 찍건,

대화를 하건

섣불리 아웃포커싱을 하지 말 것.


최대한

주변 풍경을 폭넓게 색칠하고

대상 이외의 여러 사람들을 노래할 것


언젠가 우리는 다시금...

그 오래전 영화들에서 느꼈던,

고즈넉한 전경의 광각렌즈를 그리워하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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