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워보니,
책 읽기 강요만큼 허황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의 아이 키우는 가정집에서는
그놈의 책이라는 것이 무언고 하니,
멀리는 성리학적 선비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가깝게는 입시위주의 학습방법에 기인한 것이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니,
아이들은 입에 쓴 약을 먹듯
억지로 뇌 속에 책을 구겨 넣고 있고
대학 입학한 이후에는 벌레 쫓듯 멀리하는 것이라
책이라는 것에 더 큰 벽을 세우게 되지 아니하는가
지금은 장원급제 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대학만 나오면 자식이 돈 벌어서 부모 호강시켜주는 시대도 아니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촛불 켜고 글공부하라는 것이 통하지도 않거니와
글과 의미와 생각과 되새김을 따로따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종이 쪼가리 손에 들고 있으면
사람의 머릿속으로 정보가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은 버릴 때가 되었다
사람은 책이 아닌 좋은 글과 좋은 소리,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고,
본인 스스로 무언가가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겨서
누가 뜯어말려도 자기 혼자 어떠한 것을 파고들어 가면서
결국 책을 손에 들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 것일 뿐이다
지루하고 두꺼운 책 한 권 보다는
실질적이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난해하고 이론적인 책 한 권 보다는
온도가 있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인의 이야기가 훨씬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책을 읽게 만들고 싶으면,
책에서 얻는 것이 무언인지 먼저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 다음은, 당사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