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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Jul 07. 2022

공포를 판매하는 사람들

  마치 객관적 사실의 기사인 것처럼 '신문기사 지면'을 빌어서, 그리고 진리를 위한 학술지식인 것처럼 '학자의 위치'를 빌어서, 혹은 공익을 위한 공표인 것처럼 '공공 발언대'를 빌어서 내뱉는 말들 중에서 광고보다 더욱 악랄하고 교활한 광고가 있다. '신문지면', '학자의 위치', '공공 발언대'는 장사꾼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서 함부로 쓸 수 있는 광고판이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스마트폰과 PC는 자세히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상품의 광고홍보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문기사에서 어느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고 한다거나, 혹은 떨어진다고 한다는 것도 알고 보면 장삿속이다. 왜냐하면 그 주가의 행방을 알고 있는 기자라면 타인에게 누설하기 전에, 본인이 그 주식을 사거나 팔려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특정 후보의 선행이나 미담, 혹은 악행이나 루머가 나돌고 있다면 그것 또한 투표 구걸을 위한 장삿속이다. 개인 신상에 관련한 진실은 본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 아니면 들을 가치가 없으며, 어디까지나 루머라는 것은 대부분 진실이 아닌 대중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자가 특정 단체의 후원을 받는 상태에서 하는 학술 행위나 발언은 장삿속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 이유는 따져 물을 필요도 없다. 만일, 거대한 축산업 단체의 후원을 받는 의사들이 있다면 아마도 붉은 고기가 몸에 나쁘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불법을 저지르는 거대 기업의 후원을 받는 법조인이 있다면, 아마도 공정하게 해당 업체를 재판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 또한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야만시대의 상식들이다. 결국 지식도, 양심도, 가치도, 희망도 모두 돈으로 사고파는 시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값비싼 광고판이나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대중을 현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만일 어느 기업이 어떠한 영양제를 팔고 싶다고 한다면, 그 영양제가 단지 우수하고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영양제를 먹지 않는다면 특정한 병이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어느 정치인이 사람들로부터 표를 얻고 싶다면 그 자신이 어떠한 장점이 있다고 발언하기보다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 지역에 특정한 피해가 다가올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학원강사가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자신이 특출한 강의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강의를 듣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겁을 주는 것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골프강사가 자신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늘리고 싶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스윙을 하느냐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자신이 말하는 대로 연습하지 않으면 평생 헛수고를 한다든지 잘못된 습관을 갖게 된다는 식으로 겁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긍정과 칭찬은 커다란 울림을 주지 못한다. 협박과 비방이 완벽한 효과를 구현한다. 대중의 막연한 공포감(phobia)은 우리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적의 무기가 되어버렸다.


  '막연한 공포감'이라는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현되는 불안심리이다. 특히 막대한 재산과 생계가 말 한마디에 영향을 받는 소송이나 재판 같은 경우에는 더욱 민감하다. 유능한 변호사일수록 상대방이 모르는 지식을 끄집어내어 겁을 주고 공격해야지만 승소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고 알 필요도 있는 것이다. 


  모든 대중들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비용을 들여서 전문인을 고용하고 우리들은 그들로부터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나 사실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악의적인 의사가 환자에게 겁을 준다면,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주는 의료인들을 찾아야 한다. 악의적인 정치인이 시민에게 겁을 준다면, 올바른 현상을 파악해주는 정치인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악의적인 기자가 대중에게 겁을 준다면, 올바른 사실을 말해주는 기자를 후원해야 한다. 


  아무런 장삿속이 없는 순수한 학술자료는 대학도서관 논문 자료실에서나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음흉한 마음이나 사심 없는 조언이나 권고는 부모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고서는 믿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다가와서 무언가를 권유한다거나 겁을 준다면, 성급하게 대처하지 말고 일단 먼저 제대로 파고들어 공부해보라. 그러면 결국 누군가는 당신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볼모로 하여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성실하면서도 다각적이고 치우침 없는 데이터 조사. 그것만이 포비아의 시대에서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참고 : 

SBS 그것이 알고싶다 1100회 다시보기

https://programs.sbs.co.kr/culture/unansweredquestions/vod/4020/22000252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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