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by Silverback

#000

녀석이 나의 얼굴을 최초로 그려주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에 연필을 쥐어주고

수많은 그림을 그리도록 내버려두었다

과연 우리 딸이 보는 아빠의 얼굴은 어떠한 모습일까


3살 정도 되었을 때, 어느 날 아빠 얼굴이라며

8절 스케치북에 그려온 그림

사람의 얼굴을 그렸다는 기쁨이었는지

아빠에게 무언가를 선물했다는 기쁨 때문이었는지

녀석은 싱글벙글한 모습


동심에는 어른들이 잃어버린 영적 시신경이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아빠를 이렇게 자세하게 똑같이 그려준 사람은

너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극 사실주의 화가가 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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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이사를 다녔어도

그 수많은 녀석의 자료를 모두 보관해오고 있으나,

유일하게 이 작품만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내 평생의 한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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